"페트병으로 가방을 만든다던데?"
한통의 전화가 궁금해 그곳을 찾았습니다.
서울 마포구 한강변에 둥지튼 스타트업 '플리츠마마'.
칼주름 가방과 낯익은 재킷이 손님을 맞습니다.
평범한 모양세지만 탄생 과정이 놀랍습니다.
3년 전, 당시 원재료는 모두 수입 폐페트병.
국산은 없냐며 예닐곱 식구들이 용기를 냈습니다.
페트병으로 실을 뽑는 효성티엔씨(구미공장)를 설득하고
쓰레기 청정도시를 꿈꾸는 제주도를 졸랐습니다.
올해 초, 드디어 꿈꾸던 그림이 완성됐습니다.
제주산 500ml 폐페트병 16개가 모여 숄더백으로,
53개가 어우러저 멋진 플리스 재킷이 됐습니다.
국내 쓰레기 폐페트병을 리사이클링한 패션 1호입니다.
그런데, 모은다고 다 재활용되는게 아니었습니다.
'플라스틱 도시광산' 대구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
알짜배기 광물, 폐페트병을 캐느라 손이 바빴습니다.
힘들게 골라낸 이들은 겨우 헬멧이나 충전재로,
나머지는 그저 그런 재생품으로, 이 축에도 못끼면
이산화탄소나 내뿜다 죽는 불쏘시개 신세였습니다.
뚜껑(플라스틱)과 라벨(비닐)에 오염물질까지,
플라스틱에 섞인 페트병(PET)의 운명은 다 이랬습니다.
연간 배출량은 29만톤. 재활용률은 겨우 10%(2.8만톤).
부족분 2만2천톤을 매년 수입해 쓰고 있습니다.
값싸고 편하다고 막 쓰고 쉬 버리는 페트병.
썩을 줄도 몰라 500년도 거뜬히 버틴다니
북대평양을 차지한 거대한 쓰레기 섬에도
내가 버린 녀석들이 한자리 뀌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습관 하나를 또 익힐 일입니다. 25일부터
전국 아파트에서 무색 페트병 분리 배출이 의무화됩니다.
뚜껑과 라벨을 떼고, 깨끗하게 분리 배출만 해도
쓰레기 섬을 줄이고 지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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