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모니터링 장비 설치해야 하는데 시추기가 걸림돌
경북 포항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지열발전소 시추기가 또 다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촉발지진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매각 및 철거 문제로 주민 반대에 부딪혔던 시추기가 이제는 지진 모니터링 정비사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11~14일 열린 '포항지진 3주년 국제포럼'에서는 지열발전 부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실시간 지진 모니터링 시스템 설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강태섭 부경대 교수는 "2017년 포항지진 발생 이후 지진 발생 빈도가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도 작은 수준의 미소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열발전 지열정 내 심부지진계 설치 및 지하수 모니터링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시추기 본체가 지열정 위를 막고 있어 심부지진계 설치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열발전소 채권단인 신한캐피탈은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업체와 한화 약 19억원(160만 달러)에 시추기 매각 계약을 맺고, 지난 8월 철거 작업을 추진했다.
지진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추기 철거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주민들은 물론 포항시와 시의회가 반대했다. 일부 주민은 철거 현장에 난입해 업체 측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국무총리실 소속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는 시추기 철거 중단 명령을 내리고 일정을 변경해 지난 9월 29일까지 시추기에 대한 조사를 먼저 마무리했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신한캐피탈과 인도네시아 업체의 매매 계약이 해지되면서 시추기 철거 또는 이전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시는 지진 모니터링 설치를 위해 내년도 지열발전소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추기 등 관련 장비 매입까지 함께 희망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면 시추기 등 지상장비 철거의 경우 해외 유사 사례를 볼 때 부지 안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이대로 두면 부식이나 태풍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내년에 착공하는 포항지진연구센터에 설치해 역사 및 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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