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사생활 침해 불쾌감 호소…응답 중 멈추는 경우도 발생
방문 조사원들 "우리도 난감"…통계청 "답변 암호화돼 관리"
최근 인구주택총조사에 참여한 최모(31) 씨는 조사 문항에 불쾌감을 느껴 응답을 채 마치지 않았다고 했다. 일부 문항이 지나치게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느껴서다.
최 씨는 "응답자 집에 방이 몇 개인지, 어떤 물을 마시는지까지 알 필요가 있나 의문스러웠다. 명절에 친척들이 해도 불쾌할 얘기에 답하고 있자니 화가 났다"며 "국가가 지나치게 개인 사생활까지 파악하려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실시했던 인구주택총조사에 응답자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응답자들은 일부 문항에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다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통계청은 현황 파악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조사문항은 모두 45개. 이중 '출산한 자녀 중에 사망한 자녀가 있습니까?', '이 가구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 거실, 식사용 방은 각각 몇 개입니까?' 등 일부 문항이 논란이 됐다.
자택까지 방문해 미응답자 참여를 독려해야 하는 조사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구 수성구에서 활동한 조사원 A씨는 "보통 대면 상태에서 태블릿 PC로 조사를 진행하는데 체감상 응답자 70% 이상이 문항에 불만을 호소했다. 아예 응답에 참여하지 않거나 도중에 멈춘 경우가 많아 한 집만 다섯 번 넘게 찾아간 적도 있다"며 "조사원 입장에서도 감정소모가 심해 가급적 온라인 참여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5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사생활 침해 우려는 직전 조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2015년 11월에는 통계청을 상대로 인구주택총조사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기도 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조사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청구인의 사익 제한보다 훨씬 크고 중요하다'며 합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통계청은 해당 문항들에 대해 시대와 의식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응답 결과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북지방통계청 관계자는 "응답자 입장에서 다소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느낄 만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문항 수도 부담일 수 있다"면서도 "문항들은 모두 유엔 인구조사 가이드라인에 맞춰 필요한 자료들을 추린 결과물로 꼭 필요한 자료들이다. 답변 내용은 암호화돼 관리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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