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흘러야 한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환경단체와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외쳤던 구호다. 유유히 흘러야 할 물을 가둬 놓은 대가로 치수와 홍수 관리에는 효과를 얻었을지 모르나 거대한 녹조와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는 '썩은 물'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수생태계 파괴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고 봤던 이들은 물의 본래 속성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보를 열거나 해체할 것을 주장했다. 물은 흘러야 하고,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섭리다.
그런데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본연의 성질'을 중시하는 정부가 왜 같은 이치로 굴러가는 '경제'에 대해서는 그 근본 원칙을 무시한 채 강압적인 규제로만 접근하려는 것일까.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 신자유주의냐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냐의 해묵은 논쟁은 일단 접어두고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경제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이익 추구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기적 욕망 속에서 군중심리, 과시 심리, 지금 투자에 뛰어들지 않으면 나만 뒤처질 것 같은 '포모'(FOMO) 심리 등의 요소가 모두 얽히고설키며 흘러간다.
어쨌거나 방향은 일관되다. 나의 이익,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우리 사회의 최소한 선을 지켜 공동체의 지속성을 지키려는 쪽이다. 어떠한 정책도 이런 근본적인 흐름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거나 차단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막으려 하면 할수록 무섭게 틈새를 찾아드는 욕망의 속성이다. 수십 차례 계속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만 봐도 이는 명백하다.
지난 13일 오후 정부가 고소득자 신용대출 규제를 발표하자 주말 동안에만 5대 시중 은행에 1조원이 넘는 신용대출 신청이 몰려들었다. 당장은 필요 없다 할지라도 정부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서둘러 받아두자는 수요까지 가세한 탓이다. 심지어 부모 찬스, 형제 찬스까지 등장해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전세 난민'이 되자 결국 세입자에게 이사비 명목으로 2천만원의 위로금을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결국 정부의 시그널이 왜곡된 방향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해준 사례가 돼 버렸다.
더구나 이 임대차 3법과 강력한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아예 매매와 전세 물량이 자취를 감추면서 사상 초유의 전세 대란을 불러일으켰고, 정부를 비웃듯 부동산 가격은 전혀 잡힐 기미 없이 고공행진 중이다. 이 와중에 심지어 호텔을 개조해 전셋집을 공급한다는 방안이 나오자 또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아우성치고 있다.
왜 사람들이 이런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를 무시한 채 자꾸 힘을 거스르는 정책만 내놓다 보니 문제가 생기고, 또다시 땜질식 대책이 나오길 수십 번 반복 중이다. 여기에다 정책이 제 힘을 발휘하기까지는 일정 기간의 시차도 감안해야 하는데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에 당황한 정부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에만 바쁘다 보니 오히려 시장의 오버슈팅을 자극하고 있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려면 꽁꽁 얼어붙은 땅에 온기가 돌고 물이 흘러야 하듯이 경제도 돌고 도는 순환이 잘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 속에서 경제 전반을 옥죄는 정책만 남발하다간 그나마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경제 흐름의 맥마저 끊어 놓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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