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촌 내 결혼금지 위헌 공방…종중·학계 의견 분분

입력 2020-11-18 17:49:49 수정 2020-11-18 21:45:45

지역 종중들 "혈연 중시, 우리나라 정체성 훼손"
학계 "법 개입 보다 집안 결정 우선"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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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헌법재판소가 8촌 이내 혈족 간 결혼을 금지한 민법 제809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두고 지역에서도 종중 및 학계 간 의견이 분분하다.

종중 등에서는 8촌 이내 결혼은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족 질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학계에서는 가족 관계를 규정하는 법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 종중들은 8촌 이내 혈족 간 결혼을 허용할 경우 대규모 가족 문화와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오익 안동 권씨 대종회 사무국장은 "과거 친척이 사망했을 때 8촌까지는 상복을 입었을 정도로 8촌은 한 집안이나 다름없다" 며 "8촌은 같은 고조할아버지의 후손으로 지금도 제사를 함께 모시는 등 매우 가까운 관계인만큼 결혼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서일수 달성 서씨 대종회 간사는 "세계적으로 유일한 족보 문화 등 우리나라의 정신적 가치가 무너질 수 있는 문제"라며 "한 집안 식구와의 결혼이 허용된다면 안 그래도 무너져가는 젊은 층의 성도덕 관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실제로 혼인신고 시 담당 공무원이 근친혼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관련 법 조항이 이미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라는 의견도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혼인 신고서에는 혼인 당사자가 8촌 이내 혈족인지 체크를 하도록 한 항목이 있지만 가족관계등록법 예규에 따라 담당 공무원은 혼인 신고서가 양식에 맞는지 여부만 확인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학계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8촌 이내의 결혼을 허용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상욱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의 경우 4촌, 6촌간 결혼을 금지한 입법 사례는 있지만 8촌까지 금지한 경우는 드물다"며 "과거 동성동본 금혼 규정이 폐지된 것처럼 근친혼 문제 역시 근대국가 시절처럼 법이 일일이 개입할 필요는 없으며 집안에 맡겨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또 "특히 가족법은 가장 첨예하게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법인만큼 헌법재판소가 이를 허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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