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3위가 1위로" 국토부 허탈감

입력 2020-11-17 17:45:32 수정 2020-11-17 21:22:35

김해신공항 폐기에 침묵 속 부글부글
부산 민심 사려는 與 압력…일관성 없는 정책에 우려

17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민항기가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타당성 검증 결과 발표를 통해
17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민항기가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타당성 검증 결과 발표를 통해 "김해신공항안은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치의 완력 앞에 행정부는 무력했다. 김해신공항 확장안이 사실상 휴지통에 들어간 17일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긴장 속에 지켜보자는 분위기였지만 폐기안이 나오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김해신공항 검증이 결정될 때만 해도 자신감을 보였다. 김현미 장관은 같은 달 방송기자 토론회에서 "김해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입지 자체를 바꿀 여지는 없다"는 확고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검증 작업이 본격화한 뒤 안전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10여 차례에 걸쳐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반박하는 등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기류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 사건으로 낙마한 뒤 내년 4월 보궐선거가 결정되면서 180도 달라졌다. 부산 민심을 껴안으려는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힘을 실으면서 국토부는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으로 몰렸다.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김현미 장관이 의원들에게 항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김 장관은 가덕도신공항 용역비에 대해 "절차도 없이 '이렇게 해'라고 하면, 저야 정치인 출신 장관이니 그러겠다고 하겠지만 공무원들은 못 한다"고 맞받았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고 해"라고 거친 언사를 사용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결국 여야는 관련 예산을 편법으로 20억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토부 내에서는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정치권의 강한 압력으로 국책사업의 운명이 결정되는 데 대해 우려감이 적지 않다. 법적 절차에 따른 정당성 확보가 관건인 행정부를 정치 논리로 밀어붙이면 정권이 바뀐 뒤 문제가 커진다는 걱정이다.

지난 2016년 김해공항 확장 안 결정 당시 밀양신공항, 가덕도신공항을 놓고 상대 평가한 것과 달리 김해신공항만 '표적 검증'한 것을 놓고도 불만의 기류가 엿보인다.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면 기본계획안 수정 같은 절차를 거쳐 보완하면 될 텐데 절대 평가를 하다 보니 꼬투리를 잡히지 않을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4년 만에 1위가 탈락하고, 3위가 1위에 오른 데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첫 삽을 떠보지도 못한 채 폐기될 처지에 처하자 허탈감을 토로하는 공직자도 있다. 과장급의 한 간부는 "어렵게 결정된 정책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듯해 안타깝다"며 "정책의 일관성을 잃은 대목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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