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후 다시 붙잡혀…2년 간의 귀양살이
조선과 일본의 영토분쟁 종식
①독도를 지켜낸 '안용복 바로 알기' 전문가 좌담회
②독도 수호일지-일본으로 끌려간 안용복
③독도 수호일지-일본과 한국의 소리 없는 싸움
④독도 수호일지-또 다시 일본으로…독도를 취하다
⑤한국 속의 영웅·일본 속의 허풍쟁이

돗토리번의 가노인 아라오 오오카즈는 안용복 일행이 도착한지 9일째인1696년 6월 21일 가마와 말을 보내 조선 사람들을 돗토리성으로 불렀다.
무사 여러 명을 보내 경호를 서게 하고, 접객 담당을 따로 지명해 나름 극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맘때쯤 아라오 오오카즈는 안용복이 3년 전 일본 어민에게 붙들려 왔던 사람과 동일 인물이 아닐까 의심했다.
당시에도 안용복은 관병이라 신분을 밝혔다. 어떻게 병사에서 장수로 초고속 승진했는지 모르겠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보통 큰 일이 아니다.
막부에는 조선과의 울릉도 영토분쟁이 원만히 해결됐다 보고했다. 이제 조선의 관원이 다시 찾아오고, 심지어 외교 사절이었던 대마도를 고발하는 내용까지 덜컥 내놓았다.
이러한 내용을 보고 받은 돗토리번주 이케다 츠나키요는 막부 최고 노중인 오오쿠보 타다토미에게 상의했다.
"올해 초 조선과 분쟁을 끝냈는데 저 놈들이 또 나타나 강짜를 부립니다. 한 장수는 3년 전에도 왔던 그 어부 같사온데 어찌 처리해야 할까요."
오오쿠보는 "그 외국인들을 상륙시키지 말고 배 안에 머물게 하라. 원래 조선과의 대화는 대마도를 통하고, 외국인에 대한 소관 관청은 나가사키에 있으니 다른 곳에서는 무슨 말도 들어줄 수 없다. 친절히 말해 설득하고, 그들이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든 보내라"고 명했다.
긴 감금생활이 시작되고, 막부로 보낸 고발장에 답변도 전혀 소식이 없자 안용복 일행은 1696년 8월 6일 돗토리번을 떠나 강원도 양양으로 출발했다.
부산으로 들어왔다가 곤장을 맞은 기억이 아직 또렷했다. 차라리 강원도로 가서 진상을 알리는 편이 낮겠다 싶었다.
그러나 8월 29일 양양 현감에게 붙잡혀 강원도 감영으로 하옥된다.
감히 나라 법을 어기고 관원을 사칭하며, 외국까지 나가 소란을 일으킨 죄가 작지 않았다.
3일 뒤인 9월 2일 조선 조정의 직접 심문을 위해 한양으로 옮겨지는 날. 어쩐 일인지 안용복은 보이지 않았다. 안용복은 부산 동래부까지 도주해 9월 22일에야 한양으로 압송됐다.
비변사(조선 중기 이후의 행정 관청. 현재의 안기부 및 국무회의 역할)의 심문 과정에서 안용복은 당당했다.
당시의 안용복의 진술을 조선왕조실록(1696년 9월 25일)은 이렇게 전한다.
"울릉도에 가니 왜인들이 많아 뱃사람들이 다 두려워 했습니다. 제가 앞장서서 꾸짖었더니, 왜인들이 '우리는 원래 송도(독도)에 머무는데 우연히 이곳에 왔다'고 했습니다. 도망가는 왜인들을 뒤쫓아 일본으로 갔으며, 전 일(3년 전 일로 추정)에 두 섬의 일로 문서를 받아간 것이 명백한데 대마도주가 문서를 빼앗고 위조하여 법을 어기고 함부러 침범하였으므로 제가 관백에게 상소해 죄상을 두루 말하고 확답을 받아 왔습니다"

안용복의 수감 소식에 가장 놀란 것은 오히려 일본이었다. 거짓말에 속아, 일개 천민에게 농락당한 것을 알게 되면 쇼군의 불호령이 떨어질지 모를 일이다.
특히, 대마도주는 앞서 숨겨 놓았던 막부의 울릉도·독도 도해 금지 명령을 조선 조정에 전달하고, 앞으로는 조선과의 화평을 추진하면서 뒤로는 안용복 일행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부산 왜관의 상인들과 통역관들은 동래부를 우루루 찾아가 그를 비난하는 농성을 벌렸다.
허풍쟁이에 사기꾼일 뿐이니 그의 말은 모두 거짓이고 당장 목을 쳐야 당연하다는 소문도 저잦거리마다 흘리고 다녔다.
다행히 안용복의 처벌은 그의 공로를 치하하는 여러 대신들의 상소에 겨우 2년 간의 유배형벌로 끝났다.

1697년 3월 27일 그의 처벌을 논하는 것을 끝으로 안용복의 행적은 묘연하다.
이후에도 울릉도와 독도에 왜인들의 침입이 번번했지만, 아무도 살지 않던 섬에서 언제부턴가 철포와 화살이 날아들며 그들의 침입을 막아 냈다.
동해의 영토를 수호했던 안용복의 후손이거나, 그의 뜻을 이어받은 주민들이 무릉도원을 찾아 정착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끝〉
〈참고문헌〉 울릉도·독도 사수실록(방기혁·정영미 공저), 한국이 기억하는 안용복-문헌자료의 집성(김병우 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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