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해양환경 해설사를 양성, 동해안 관광의 질을 높이자

입력 2020-11-16 15:56:15 수정 2020-11-16 17:53:14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지난주 울진 소재 환동해산업연구원이 개최한 경북 해양환경해설사 과정에서 특강을 했다. 수강생들이 공감을 하면서 의외로 강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의의 제목은 '내가 경험한 바다와 수산'이었다. 축산항에서 수산업을 하던 집안에서 태어나 상선의 선장까지 마치면서 경험한 바다와 수산업 체험을 그냥 전달했다. 정치망 어장과 관련, "여름 방어는 먹지 못한다" "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은 상태라도 검사님의 서명이 있어야 시판이 되기 때문에 동해안에서는 검사를 친근하게 '고래검사'라고 부른다"고 설명해 주었다. "명란에 대한 기록이 최근 양천세헌록에서 밝혀졌다. 1839년 이장우 영덕 현감이 축산항의 김제진 선생에게 '선생께서 보낸 명란이 너무 맛이 있어서 밥을 많이 먹었다'고 답장을 했다"는 수산물의 역사도 이야기했다. 수강생들은 공감하면서 좋아라 했다.

동해안에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그냥 이들이 바다를 보고 생선회를 먹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바다와 관련된 각종 스토리를 들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해양수산 관련 지식도 얻게 된다면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동해안을 방문하면 해변가에 말리고 있는 오징어, 꽁치, 그리고 미역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헤아리는 숫자의 단위가 다른 것을 알면 재미있을 터이다. 오징어는 20마리를 살았을 때에는 한 두름, 말린 것은 한 축이라고 부른다. 미역은 한 올이라고 한다. 우리 국민들은 동해안을 방문할 때 그냥 눈으로 바다를 즐길 뿐이다. 앞으로는 이들에게 바다 관련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고 고차원의 즐거움을 주도록 하자.

바다에 관련된 산업으로는 해양, 수산, 그리고 해운이 있다. 해양은 심층수의 개발과 같이 바닷물을 이용한 산업을 말한다. 수산은 바다에 사는 수산물을 어획하는 1차 산업이다. 해운은 바다를 이용해 상품을 이동시켜 주는 3차 산업이다. 이렇게 관광객들에게 바다에 대한 전체 그림을 먼저 그려준다. 그다음 어판장을 다니면서 꽁치, 대구, 청어, 오징어 등 생선에 대한 품평과 어구·어법의 차이점, 수협과 어촌계의 관계를 설명한다. 동해안은 샛바람(북동풍)이 불어와서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방파제가 북쪽의 것이 남쪽보다 길게 그리고 높게 나가 있다는 점, 등대는 등질이 달라서 불빛이 반짝이는 주기가 다르다는 점도 설명해주면 간단한 지식 습득에도 관광객은 좋아할 것이다. 그물 등 어구가 고기잡이에 꼭 필요하지만 바다에 버려지게 되면 바다 환경을 해치게 된다는 점, 동해안 해안가 모래사장의 침식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면 보호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을 해보기도 한다.

각 단위 수협과 면사무소에는 이들 해양환경해설사를 등록, 관리하게 한다. 관광객은 이들 해설사를 찾아서 해설을 듣도록 한다. 해설사들은 협회를 조직하여 좀 더 체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의 수고비를 받을 수 있다. 관광 장려 차원에서 군에서 재정을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적정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기관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한 자들에게 해설사 자격증을 부여하고 관리하게 되면 이 직종은 공신력도 갖추게 된다.

이런 점을 농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도 얼마든지 관광상품화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영양의 특산물인 고추 재배, 영덕의 송이버섯과 시금치, 어느 군에나 있는 과수원의 일상들, 이런 것에 대한 설명에 스토리를 곁들인다면 관광객들은 지식도 얻고 행복해할 것이다. 숲이 좋은 곳은 숲해설사도 필요하다.

농어촌에 대한 관광 수요를 창출하는 한편, 현재 양성 중인 해양환경해설사, 농촌생활해설사, 숲해설사를 더 체계적으로 양성, 보급하여 관광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도 창출해보자. 2028년에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의성과 군위 사이에 건립된다. 포항, 청송, 영양, 영덕 등은 모두 1시간 내의 거리에 국제공항이 있게 된다.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이 인천공항을 거쳐 우리 고장으로 오기까지는 6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1시간 거리에 있다. 앞으로 관광 수요는 엄청날 것이다. 이들 해설사들은 영어로 해설이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표지판도 영문, 일문, 중문이 병기되는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경북 해양환경해설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경북도 산하 환동해산업연구원의 탁견에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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