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동준 1주기 박동준상 시상식·패션쇼 '뒷 이야기'
'패션 대구' 이끈 1세대 디자이너…첫 수상자 장소영, '오마주' 작품 선보여
고인 예술혼 담긴 '갤러리 분도' 고인 추억·추모하는 사람들로 들어차
윤순영 이사장"기념사업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 패션·미술분야 수상자 협업 구상 중"


지난 9일 오후 6시, 제1회 박동준상 시상식이 열린 대구 중구 갤러리 분도 2층 전시실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들어찼다. 패션과 예술을 사랑한 고 박동준 디자이너의 예술혼과 삶의 흔적이 깃든 공간을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가득 채운 것이다. 이들은 고인에 대한 추억과 이야기들을 다시금 꺼내며 추모와 함께 뜻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시상식, 그리고 패션쇼
첫 박동준상 수상자인 장소영 디자인에 대한 시상식이 있은 후, 장 디자이너가 박동준 선생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오마주'(Homage) 작품을 선보였다. 박 선생이 2007년 SFAA에서 표현했던 다양한 색상에 장 디자이너 특유의 실루엣을 더해 눈길을 끌었다.
장 디자이너는 "이번 수상과 패션쇼 행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오마주 작품을 준비하면서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에 대해 다시 얘기도 많이 듣고 작품도 많이 보게 됐다. 제 개인 브랜드가 시즌마다 진행하는 컬렉션과는 별개로 작업하면서 그 동안 갖고 있었던 테두리를 깨고 새롭게 접근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향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심사과정부터 시상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덕담과 격려를 받을 수 있었고 특히 상업화 경향이 강해지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추세 속에서 내 옷에서 박 선생님이 생각났다고 하는 말씀이 기억에 남고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날 패션쇼에는 박동준 선생의 생전 작품도 무대에 올라 고인이 남긴 작품을 통해 고인을 다시 만나는 기회가 됐다.
당일 패션쇼에서 선보였던 의상은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에 기증했던 작품 가운데서 엄선됐다. 1995년 '대구 직물과 패션의 만남전'에서 선보였던 작품부터 최근으로는 2010년 대구 출신의 정점식 화백과 협업했던 작품까지 그 폭도 넓었다.
고인의 작품을 되새기는 무대는 특히 옛 동료들이 모두 모여 꾸리면서 의미를 더했다. 과거 패션쇼에서 해당 의상을 입었던 모델(박순희, 정다은, 장효선, 박영선 씨)들이 다시 무대에 나섰다. 현재 국내 대학 모델과 교수나 모델 에이전시 대표로 일하고 있지만 행사의 의미에 공감해 대구에서 열리는 패션쇼임에도 흔쾌히 수락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생전에 선생님께서 당신의 옷을 잘 표현해준다고 좋아하고 아끼던 모델분들이었다. 모델들의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도 과거 패션쇼와 똑같이 하기 위해 박 선생과 함께 일했던 오민 헤어메이크업아티스트가 현장을 찾았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모델들이 길게는 20여년 전 입었던 옷을 다시 입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했다"고 전했다.
◆그립습니다, 박동준
지난 12일인 고인의 1주기를 앞두고 시상식이 열리면서 추모 분위기도 깊어졌다. 2010년 대구에서 유망한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하고자 박 선생이 만든 후학 양성 모임 '식스 플러스'의 일원인 박연미, 김재우 디자이너도 이번 행사에 맞춰 갤러리 분도를 찾았다.
박연미 디자이너(디모먼트)는 "선생님은 생전에 좋은 일을 너무 많이 하셨다. 그 덕분인지 당신을 추억하는 분들이 많이 모였다"며 "서로 마음이 통했는지 대부분 선생님이 예전에 작업하셨던 옷을 입고 오셨다. 몇십년 전 옷인데 지금 봐도 세련된 디자인이 너무 좋았다. 내년 행사에는 우리가 선생님 옷을 입고 모델이 돼 런웨이를 만들어보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했다.
김재우 디자이너(제이우)는 "갤러리 분도는 선생님께서 후배들을 정기적으로 부르셔서 밥도 사주시고, 따뜻하게 챙겨주시던 장소다. 이곳에 선생님이 우리를 또 한 번 불러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듯해졌다. 앞으로도 매번 시상식을 찾을 것 같다"고 했다.
고인이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이사장 재임 기간 함께 일했던 주태진 패션연 전문역은 "지난해 10월 수성못에서 열린 '디파클' 행사에 건강이 안좋으신 줄도 모르고 초청했는데 당일 야외에서 한시간이 넘게 걸린 행사에 끝까지 자리를 지켜 주셨다. 돌아가시기 3주 전이었는데 마지막으로 힘을 실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고 했다.

고인 주변에는 미담 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시상식 및 패션쇼 행사장에 쓰인 꽃도 생전 박 선생과 인연을 맺어오던 플로리스트가 무료로 제공했다는 후문이다. 박동준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기념사업회에서 행사장 꽃을 어떻게 준비할 지 고민하자, 플로리스트 분께서 '생전에 박 선생님이 저에게 얼마나 잘해주셨는지 모른다. 박 선생님이 어떤 꽃을 쓰셨을 지 잘 안다. 돈 안 받고 최선을 다해 준비해주겠다'고 하시더라. 고인이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잘 대했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앞으로의 기념사업
시상식과 패션쇼는 대구에서 열렸지만 울림은 이미 전국에 퍼졌다. 국내 패션디자인 업계에서도 박동준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자 이달 2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20 한국디자인패션어워드'에서 고인에게 감사패를 수여할 예정이다.
2012년 시작된 이 행사는 한해 동안 패션산업에 큰 도움을 준 기업이나 정부기관에 감사패를 수여해왔다. 개인으로서의 수상은 박동준 선생이 최초가 될 예정이다.
박연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 사무국장은 "패션계에서 개인이 사비로 기금을 마련해 후배들을 위해 상을 제정, 일종의 '장학금'을 조성한 것은 '박동준상'이 국내 최초다. 400여 명의 독립 디자이너 회원의 뜻을 모아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기로 한 것"이라며 "박동준상 제정을 포함해 선생님이 남기신 뜻은 지역이 아닌 국내 패션계 전반의 화제이자 큰 귀감이 되고 있다"며 감사패 수여 취지를 설명했다.
박 선생이 남긴 유산과 대한 기념사업 방향에 대해서도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순영 박동준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고인은 작품에 다이텍연구원에서 본인이 손수 염색한 원단을 가져다 쓰고, 패션쇼에는 대구사람이 작곡한 음악이나 미술작품을 끊임없이 활용하고자 노력했다. 대구 섬유산업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 지역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었던 분"이라며 "당신이 남긴 자산과 뜻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는 게 기념사업회 회원들의 뜻"이라고 말했다 .
이어 "향후 미술분야를 포함해 수상자가 계속 나올텐데 패션분야와 미술분야 수상자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는 등 더 큰 울림과 의미를 주는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가고자 한다"며 "앞으로 DTC 섬유박물관에 기증한 박 선생 작품에 대한 아카이브 작업이나 전시도 이뤄져 그 가치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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