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윤석열 검찰총장 자진사퇴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윤 총장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탈원전 정책과 직결된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게 사실상 '역린'을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이 지난달 월성원전 1호기 의혹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들을 대전지검에 고발한 지 2주 만에 이뤄진 압수수색과 그 1주일 전 윤 총장의 대전지검 방문이 맞물리면서 수사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야당발 청부 수사" "국정 흔들기" "검찰의 명백한 정치개입"이라며 윤 총장을 겨냥해 집중포화를 퍼붓는 모양새다.
실제로 윤 총장이 대검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내고 퇴임 후 정계 진출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후 보여준 모습은 정치적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2차례 진천 법무연수원 특강에서 '살아있는 권력 등 사회적 강자에 대한 엄벌'이나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 등을 화두로 내세운 것을 놓고서는 현 정부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권 내 기류가 바뀐 것은 이 같은 광폭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여권은 그동안 윤 총장을 비판·견제했지만, 거취에 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전날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윤 총장이) 스스로 진퇴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총리도 가세했다. 정 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총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좀 자숙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원전 수사에 대해선 "검찰의 이런 개입이 공직자들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으로 판단돼 안타깝다"고 했다.
더욱이 이날 공개된 한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윤 총장이 1위를 차지한 것을 놓고 향후 여권 내에서 '윤석열 때리기'가 격화될 조짐이다.
당장 추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대권후보 1위로 등극했으니 차라리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며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 와중에 윤 총장의 가족·측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윤 총장 부인 김건희 씨 회사의 '전시회 협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세무 당국으로부터 김 씨 회사의 과세 자료를 확보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순순히 자진해서 물러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검찰 내에서는 많다. 윤 총장도 지난달 국감에서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스스로 사퇴하진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여권도 윤 총장에 대한 자진사퇴가 아닌 해임 카드를 꺼내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내년 7월까지 2년 임기 보장을 약속한 윤 총장을 해임할 경우 자칫 논란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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