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중국 모델?

입력 2020-11-10 05:00:00 수정 2020-11-10 09:25:59

인민일보 트위터 계정.
인민일보 트위터 계정.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의 당선이 확정되자 중국 인민일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한껏 조롱했다. 바이든의 펜실베이니아주 승리 소식이 막 알려지던 7일 오전 인민일보는 "나는 이번 선거를 아주 많은 표차로 이겼다"는 트럼프의 트위터 글을 공유하며 '하하'(haha)라고 썼고,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는 모양의 이모티콘도 덧붙였다.

트럼프의 선거 결과 불복을 조롱한 것이지만 더 나아가 미국 민주주의의 '난맥상'을 조롱한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그 바탕에는 '인민민주독재'라는 '중국 모델'이 '선거 민주주의'보다 우수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을 것이다.

과연 '중국 모델'이 '1인 1표 선거 민주주의'보다 우수한가? 캐나다 출신의 정치철학자 대니얼 A. 벨 중국 칭화(淸華)대 교수는 그렇다고 한다. 선거 민주주의에서는 비이성적이고 이기적인 다수가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소수파를 억압하고 나쁜 정책을 채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문재인 정권을 보면 틀린 지적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능력과 덕성을 갖춘 사람에게 정치권력을 주는 중국식 현능주의(賢能主義·meritocracy)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솔깃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능력과 덕성을 갖췄는지 누가 판단하느냐이다. 더 큰 문제는 능력과 덕성을 갖췄다는 권력자가 실정·폭정을 해도 인민은 갈아 치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대약진운동으로 수천만 명을 굶겨 죽이고도 천수(天壽)를 누린 이유다.

끔찍한 것은 이런 체제는 권력자가 누구든 억압 체제로 타락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2014년부터 도입한 '사회적 신용제도'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선행'은 가점, '악행'은 감점을 주고 이를 합산해 개인별 사회적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그 목적은 완벽한 인민 통제다. 중국은 이렇게 자랑한다. "이 제도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하늘 아래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고, 신용이 없는 사람은 한 걸음도 내딛기 어려워질 것이다."

민주주의는 완전하지 않은 제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식 독재체제로 갈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체제이다. 지금껏 시도된 모든 다른 형태의 제도를 제외하면 그렇다"는 처칠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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