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윤숙자 씨 남편 故 최무웅 씨

입력 2020-11-08 14:53:11 수정 2020-12-10 11:24:38

윤숙자 씨와 남편 최무웅 씨가 10년 전 제주도 여행에서 찍은 사진. 본인제공.
윤숙자 씨와 남편 최무웅 씨가 10년 전 제주도 여행에서 찍은 사진. 본인제공.

여보! 당신과 제가 만나 결혼해 생활한 지가 벌써 50년이 되었네요. 당신 나이 30살, 내 나이 24살, 중매로 만나 철부지인 나를 어린아이처럼 다독여 주던 당신, 내가 운동 갔다 오면 창문 열고 휘파람을 불며 웃어주던 자상한 당신, 지금도 밖에 갔다 오면 창문을 먼저 봐요.

여보 당신은 이 세상에서 병으로 고생을 많이 했지요. 고혈압과 당뇨라는 나쁜 병으로 신장이 망가져 투석했었지요.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준비하라고 해서 이제는 죽을 때가 다되었구나 하고 집에 와서 당신은 마루에서 나는 방에서 둘이 많이 울었지요. 알고 보니 투석할 준비였어요. 투석을 위해 수술할 때 수술실 앞에서 남모르게 많이 울었어요. 수술하고 입원실에서 한 달 넘게 있었지요.

그때부터 투석한 게 7년이 되었네요. 그리고 얼마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며 땀을 뻘뻘 흘리며 사경을 헤맸지요. 119를 불러 병원에 갔더니 맹장이 터져 복막염이 되었더군요. 당신이 그렇게 아파하며 병원에 있어도, 당신이 죽는다는 생각은 조금도 안 들더군요. 그냥 당신 곁에 있다가 바쁘게 집에 와서 당신 먹을 것 해 갖고 가면, 나를 기다리면서 "너무 힘들지" 하며 반기던 당신! 그때는 힘든 줄도 몰랐어요.

퇴원하고 투석을 하다가 피부병이 났지요. 머리에서 발등까지 온몸에 좁쌀같은 물집이 났지요. 가려워서 긁었더니 점점 심해졌어요. 소문난 이 병원 저 병원 다녀도 낫지도 않고 고생만 했지요. 그러다 보훈병원가서 레이저 치료를 받고 점점 호전되었어요. 병원 슈퍼에서 밥과 음료수를 사 먹으며 당신과 이야기하며 즐거워했지요. 그때는 당신이 웃으며 이야기하니까 행복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일어나지도 못하고 말도 잘 못하고 해서 119 불러서 경대병원 응급실 갔어요. 뇌경색이라 하더군요. 조금씩 호전되니까 당신은 한 손으로 나를 붙잡고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잡고 복도를 많이 걸었지요. 열심히 걸으니 호전되어 퇴원했어요. 만드는 걸 잘하는 당신은 작은 상자를 예쁘게 만들며 너무 좋아했지요. 그러다 손을 다쳤어요. 낫지도 않고 손가락 끝이 까맣게 되다가 엄지발가락도 딱딱하고 까맣게 되어 119로 병원에 갔어요. 수술도 했지만, 점점 더 심했지요.

8년 전 윤숙자 씨와 남편 최무웅씨가 인천 여행 기념사진. 본인제공.
8년 전 윤숙자 씨와 남편 최무웅씨가 인천 여행 기념사진. 본인제공.

당신이 걱정도 되고 보고파서, 오지 말라며 싫어하는 간호인의 말도 듣지 않고 매일 점심시간 전에 죽 끓여 가서 드리고 저녁 먹는 것 보고 왔지요. 내가 가면 어린애같이 좋아했지요. 그렇게도 씩씩하고 강했던 당신이 점점 약해지면서 아프다는 말만 하다가 2019년 12월 24일 날, 나만 홀로 두고 하나님 곁에 갔지요.

당신이 없으니 정신이 멍하고 아무 생각도 없이 눈물만 나더군요. 보훈병원에서 동네병원 장례식장까지 오며 울었어요. 그렇게 당신을 보내고 집에 오니 허전하고 텅 빈 집 같고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 방안에서 소리 내어 통곡하며 울기도하고 영정 사진 보면서 이야기도 하며 많이 울었어요. 집 옆에 있는 주차장 걸으면서 하늘 보고 당신을 불러도 보고, 당신은 나 보고 싶지 않냐고 물어도 보고, 나는 당신이 너무 보고 싶다고 울면서 한참 걸었어요.

지나간 일이 주마등처럼 생각이 나네요. 당신은 제가 운동 갔다오면 아픈 몸으로 나한테 칭찬 들으려고 이것저것 만져놓아도 나는 무뚝뚝해서 칭찬을 못했어요. 잘했다고 칭찬하면 너무나도 좋아했을 당신을 생각하며 왜 그렇게 했는지 후회도 되고 보고 싶기도 하며 눈물이 많이 나네요.

여보! 당신이 나한테 바둑 배워서 같이 두자고 할 때는 싫어서 들은 척도 안 했지요. 서예도 같이하자고 해도 싫었어요. 공부가 싫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는 언니를 만나 성문 학교에 가게 됐어요. 학교에 가니 선생님이 너무 재미있게 가르쳐 주시며 조금만 잘하면 모친님 '참 잘하셨어요' 하며 웃으며 제게 박수를 쳐 주셨지요. 천사 같은 선생님하고 공부를 하니 그렇게 싫어하던 공부가 조금씩 재미있어지더군요. 여보! 당신이 그렇게 좋아했던 공부, 제가 열심히하며 건강도 잘 챙기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 만나러 가는 날까지 잘 있어요.

당신을 많이 보고 싶은 은희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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