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표형 세상이 왜 이래?' 시민이 물었고 홍준표가 답했다[종합]

입력 2020-11-07 20:48:35 수정 2020-11-07 21:41:07


홍준표 의원 대구시민·전국 지지자들과 온·오프라인 소통 나서
정부 정책 강하게 비판, "결기 가진 선명한 야당 될 것" 주문
복당, 대권 의지도 보여

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진행한 매일신문 디지털국
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진행한 매일신문 디지털국 'TV매일신문'과 함께하는 '홍준표 정치버스킹 2탄(동성로 만민공동회)'에서 홍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매일신문

"의원님. (대선 전에) 눈썹 문신 다시 하고, 머리카락을 심어 보는 건 어떠실까요?" 좌중 속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아무리 대선을 나간다 해도 부자연스러운 것은 싫다"며 "있는 그대로 하는 것이 맞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전 자유한국당 대표인 홍준표 무소속 국회의원(대구 수성을)이 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 등장하자 열띤 함성이 울려펴졌다. 대구 시민과, 전국에서 모인 지지자 1천 여명이 '홍준표 파이팅'을 외치고 꽃다발을 전달하는 등 열렬히 환호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한 홍 의원은 시민들의 환호에 활짝 웃으며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을 정부에서는 '살인자'라고까지 말해 만나 뵙는 것도 송구스러웠다"며 "오늘 궁금한 거 다 물어보시라"며 정치 버스킹의 포문을 열었다.

이날 열린 매일신문 디지털국 'TV매일신문'과 함께하는 '홍준표 정치 버스킹 2탄(동성로 만민공동회)'은 지난 7월 대구 수성못 정치 버스킹 1탄에 이어 이번에도 홍 의원이 국민들과 어떤 주제라도 자유로이 묻고 답변하는 장이 됐다.

TV매일신문 야수와 미녀' 권성훈 앵커(야수)와 김민정 아나운서(미녀)가 홍 의원을 상대로 미리 전하지 않은 질문을 하고 또 답을 듣는 방식이다. 현장은 물론 TV매일신문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1천500여 명의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을 보였다.

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진행한 매일신문 디지털국
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진행한 매일신문 디지털국 'TV매일신문'과 함께하는 '홍준표 정치버스킹킹'에서 홍 의원이 시민 물음에 답변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준표형 세상이 왜 이래?

권성훈 앵커가 이날 '세상이 도대체 왜 이런 것이냐?'는 시민의 물음을 전달하자, 홍 의원도 미간을 찌푸리며 이미 예고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3년 반 전에 대선 토론회때 이미 한 이야기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 경제는 이미 암울한 수순으로 가고 있었는데 감염병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이 속도를 가속시킨 것일 뿐이다"고 언급했다.

홍 의원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국정을 '정치 30점. 경제 10점. 국방 10점 대북 0점' 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과거 야당 시절에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면서 GDP 대비 국가채무율이 40%를 넘기면 위험하다고 압박해놓고 정작 본인들이 넘겨버렸다. 나라 빚이 급속도로 늘어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홍 의원은 이날 정부의 행태를 '가렴주구(苛斂誅求,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물을 억지로 빼앗음)'에 빗댔다. 자영업,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줄도산 살얼음판을 걷고, 청년 구직난 등 국민 실생활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국민 돈 뺏기'에 혈안이라는 것.

홍 의원은 "공시지가 현실화가 아니라 세금을 뜯어내려고 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세금 형국이 가렴주구다. 올해 말이면 한계치에 다다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렇게 까지는 하지 않았다. 가진 자들이 과도하게 갑질을 하면 규제를 해야 하지만 지금 정부는 모든 것에 규제를 하려 한다" 고 맹비판했다.

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진행한 홍준표 의원의 정치버스킹에 대구시민과 지지자들이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 모여 홍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안성완 기자
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진행한 홍준표 의원의 정치버스킹에 대구시민과 지지자들이 대구백화점 앞 야외광장에 모여 홍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안성완 기자

그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복지정책안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홍 의원은 "이 지사는 앞으로 300조 원을 더 퍼줘도 된다는데 문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로 가는 완행열차라면 이 지사는 급행열차"라며 "국정감사를 하면서 보니 나라가 성한 데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에도 '정상'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 지사 드루킹 댓글 조작 관련해 유죄를 받았는데 진짜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당하게 당선됐느냐의 문제다. 김 지사 넘어 대통령과 영부인도 연관이 있다. 대법원에서 무죄로 만들려고 어떻게든 작업을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날 잇단 성 비위로 임기를 못 채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비판했지만 내년 치러질 보궐선거에서는 야당의 승리를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분위기상 야당이 압승 해야하지만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35% 전후로 아주 낮다. 휴일이 아닌 평일에 진행하기 때문에 열성적인 지지계층만 투표장에 간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내밀면 부산 민심은 돌아선다. 야당이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복당 의지 선명해 "내가 야당의 적장자"

홍 의원은 이날 야당(국민의힘) 지도부에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복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내가 야당(국민의힘)의 적장자(嫡長子)"라며 "복당의 장애요소가 해결되면 그때 복당하겠다.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복당의 장애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이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 지도부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아울러 (자신이 주도하는) 창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도 "전혀 생각한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며 복당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정치하는 사람이 공천 과정에서 부당하게 취급 당해 국회에 입성한 뒤 복당 안한 전례가 없다"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번이나 탈당했다가 복당했다. 2번째는 내가 복당시켜줬다. 내가 직접 영입한 사람이다. 오랜 인연이 있다. 저격할 이유는 없다.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전반에 대해서는 맹공을 이어갔다. 홍 의원은 "야당이 야당다워야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며 "싸워야 한다. 야당에서는 숫자가 적어서 그렇다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81석으로 야당 총재하면서 국회를 흔들었다. (국민의힘은) 지금 103석을 가지고 걸핏하면 깨지고 대들 줄도 모른다. 야당이 야당 같지 않으니 국민들이 마음 둘 곳이 없다. 걱정스럽다. 저쪽이 무너지는데 우리가 담을 그릇이 없다"고 밝혔다.

'계파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25년간 계파에 들어간 일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회창계도 MB계도 친박도 아니었다"며 "국회의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국회의원 300명이면 국회가 300개다. 계파의 졸병이 돼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다. 계파와 당파를 만드는 것은 초선 때부터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무리를 지어서 정치하는 시대가 아니고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대"라고 소신을 밝혔다.

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진행한 매일신문 디지털국
7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진행한 매일신문 디지털국 'TV매일신문'과 함께하는 '홍준표 정치버스킹킹'에서 홍 의원이 시민 물음에 답변하고 있다.

◆ '차기 대권' 홍준표의 생각은?

2022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유력 대권주자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관상앱이 분석한 이재명, 이낙연, 윤석열, 안철수, 홍준표 5명의 유력 대권주자들의 관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민정 아나운서는 이날 "5명의 후보 중 홍 의원이 가장 '왕의 상'에 적합한 인물로 선정됐다"며 "AI 관상가는 홍 의원을 성실하고 의지가 강하고 인내심이 강하지만 고집이 센 사람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관상을 평소 믿지는 않지만 기분은 좋다"고 말하며 "남자가 고집이 없으면 안 된다. 고집은 있어야 하지만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고집은 소신이라고 하지만, 합리적 판단이 아니면 앙심이다. 앙심부리는 사람 청와대에 있잖나"라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미스터 트롯'처럼 당 대선후보 뽑는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좋다'고 대답했다. 그는 "'진이 될 자신 있나?'라고 물으면 해봐야 알겠지만 '선'이 되면 승복해야 한다. 경선이고 본선이고 결과가 나오면 승복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저러지 않는다 그게 민주주의"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홍 의원은 이날 윤석열 검찰 총장에 대해서는 "검찰 총장으로 보지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는 보지 않는다. 만약 7월에 임기를 마치고 야당에 온다면 잘 모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승기를 잡고 있는 미국 대선 이후 한국의 경제, 대북, 안보, 국제관계가 모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내건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한국 경제와 남·북·미관계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혼란을 주기도 할 것이라는 것.

홍 의원은 "트럼프의 대북 외교는 톱다운 방식으로 정상들이 모여서 결정해왔다. 바이든은 바텀업 방식, 밑바닥부터 실무진부터 모여 유·불리를 모두 계산한 뒤 대통령이 나설 것이다"며 "트럼프처럼 충동적이고 잘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 할 때와 달리 바이든은 세계정세에 정통하다. 문 대통령은 더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정치 버스킹 시작전부터 시민들이 홍준표 의원에게 바라는 점을 포스트 잇에 적어 붙였다. 이남영 기자
이날 정치 버스킹 시작전부터 시민들이 홍준표 의원에게 바라는 점을 포스트 잇에 적어 붙였다. 이남영 기자

◆청소년 지지자들 생각이 제일 궁금해

이날 버스킹에서 유달리 눈에 띈 것은 10대, 20대 지지자들의 거침없는 질문과 그에 답하는 홍 의원이었다. 질의를 요청하는 수많은 시민들 사이에서도 홍 의원은 청소년들의 고민을 듣고 싶어 했다.

이날 정치인의 SNS를 어떻게 보는지 물은 영남대 재학생의 질문에 홍 의원은 "일방적 소통에서 나아가 쌍방향 소통으로 직접 소통하는 새로운 시대가 온 것"이라며 "국민 생각을 더 확실히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 20대 지지자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한 이유를 묻자 "이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당이 그들을 자살로 내몰았다기 보다는 스스로 표방하던 가치와 정반대되는 잘못이 드러났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그런 방식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쪽팔리게 살지 않겠다는 뜻. 그분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재평가 받는, 다시 태어나는 그런 계기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레 대답했다.

대구 청년들 사이에서도 여당이 더 큰 지지를 받는 상황에 대해서는 "주장이 선명한 야당이 되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홍 의원은 "야당은 본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목숨이라도 걸 결의가 있어야 한다. 라임·옵티머스 사건도 제대로 조사하면 정권이 넘어갈 만한 큰일인데 지금 야당이 특검을 받을 결기가 있나. 여당만큼의 결기도 없다"고 표현했다.

학교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해 욕설과 함께 일방적인 사상을 강요하는 전교조 교사가 싫다는 한 고등학생의 질문에는 "가치관 확립 중인 학생들에게 특정 이념을 강요하는 짓은 교사로선 절대 안 될 짓"이라고 비판했다.

교사의 일방적인 의견에 반발하고 싶어도 학생부 등을 의식해 불만을 참아야 한다는 또 다른 고등학생의 고민에는 "수시와 입학사정관 제도, 대입 루트가 일부 특권층을 위한 동아줄로 변질되고 있다"며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수시 폐지, 정시 대입이 오히려 공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광주시에서 온 한 고등학생 지지자는 "호남 민심에 관한 대책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홍 의원은 "91년 3월부터 1년 5개월을 광주에서 검사로 지냈다"며 "솔직히 말해 나는 호남 민심을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광주 민주화 운동과 그 아픔을 극복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정치 버스킹을 지켜본 한 시민은 "처음 사기를 당하면 사기꾼이 나쁜 사람이고, 두 번째로 당하면 당한 사람이 나쁘다. 세 번째부터는 둘다 공범이라는 의원님 말씀처럼 더이상 공범이 되기 싫다"며 "의원님 스스로 변모를 보여 희망을 제시하는 대중 정치인이 되어달라"고 제언했다.

홍 의원은 "대구 시민이 저를 받아줄 때 세가지 약속을 했다. 수성구의 꿈, 대구의 미래, 대한민국의 희망이었다"며 "약속한 부분을 반드시 이루기 위해 집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매일신문 디지털국
매일신문 디지털국 'TV매일신문'과 함께하는 '홍준표 정치버스킹 2탄(동성로 만민공동회)' 포스터.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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