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22년까지 CBDC 실제 발행…장기적으로 기축통화로 키우겠다"
미국은 소극적…바이든 당선 땐 가상자산 결제시스템 법정화 가능성도
한국도 내년 중 CBDC 테스트 목표로 연구·개발 박차
세계 주요 국가들이 준비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속속 수면 위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이 이에 다소 주춤한 사이 중국이 CBDC 상용화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쳤다.
CBDC는 민간이 발행하는 가격변동이 큰 가상화폐나 은행을 경유하는 간편결제와는 차이가 있다. CBDC는 블록체인(분산 장부) 기술을 기반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이를 보증하는 전자화폐다. 법정화폐와 같은 신뢰도를 갖고, 액면가도 고정돼 있다. 앱(App) 등 별도의 결제체계를 갖추고 있으므로 환전이 필요 없고, 돈의 흐름도 비교적 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CBDC 개발 행보에 적극적인 중국
중국이 CBDC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현재 베이징·상하이·톈진 등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성공적으로 시행을 마쳤다. 사용 방법은 전용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슈퍼·음식점 등 사용처에서 QR코드를 촬영하거나 NFC(근거리무선통신)에 접촉하면 액수만큼 빠져나간다.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간편결제에 익숙한 중국인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방식이다. 중국은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CBDC를 실제 발행한다는 계획으로 장기적으로는 기축통화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중국이 CBDC 개발에 서두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현금 사용이 더 줄게 됐다. 중국은 앞서 현금을 잘 사용하지 않는 '캐시리스 사회'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지난 2017년에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올해 8월 국제지급 거래에서 달러 비중은 38.96%인 반면, 위안화 비중은 1.91%에 불과하다. 결국 미국이 중국을 국제 달러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공세를 취한다면 중국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극적,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변화 있을까
반면 미국은 CBDC 개발 행보에 소극적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우리는 아직 CBDC를 발행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대 기조가 영향을 크게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미국 IT기업 페이스북은 가상화폐 '리브라' 발행 계획을 내놓았었다. 이를 두고 세계 각국은 리브라가 금융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견제에 나섰었다. 미국 정부·의회도 사이버 범죄, 자금세탁 등에 악용될 수 있다며 페이스북을 압박했다. 결국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리브라 발행 계획을 미루겠다면서도 "중국이 비슷한 구상으로 쫓아오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다만 연준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국제결제은행(BIS)들과 함께 CBDC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3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뤄진 가운데 조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 유력해지면서 기존 CBDC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기업권력이 국가권력을 앞서는 것을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화폐 리브라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리브라와 페이팔의 가상자산 결제시스템 등을 법정화해 미중 패권전쟁에 대응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계 각국은 CBDC 연구·개발 중
리브라 발행계획을 계기로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CBDC 발행 논의에 이미 들어간 상태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붕괴, 자국 통화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스웨덴,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등 6개국 중앙은행이 CBDC 연구그룹을 구성했다. 또 브라질도 최근 CBDC 발행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구에데스 장관은 "브라질은 자체 디지털화폐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앞서 브라질 중앙은행이 디지털레알 발행 가능성에 대한 연구 그룹을 구성했다고 발표했었다.
한국도 내년 중 CBDC 테스트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까지 1단계로 CBDC 설계와 기술검토를 마쳤고, 2단계 업무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 컨설팅을 거쳐 내년 중 3단계로 발행은 한은이 맡고 유통은 민간이 하는 현금유통 방식의 시험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중앙은행의 CBDC 실험에 맞춰 국내 기업들도 CBDC 발행을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키로 했다. 시중은행도 이에 발맞춰 대비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앞서 신한은행은 한은 CBDC의 발행·유통·결제·정산 등 예상 시나리오에 대한 모델을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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