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반려→"후임자 지명 시 청문회 거칠 때까지…마지막 순간까지 최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사퇴 시도가 좌절된 후에도 사퇴 입장을 번복치 않고 고수하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의 사퇴가 무마된 상황은,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곧 단행할 개각에 어떻게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고, 이에 홍남기 부총리의 이날 '작심' 발언은 다소 의도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6차 기획재정위원회 예산안 심사에 출석, "대주주 요건 확정 시기를 밝혀달라"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틀 전인 지난 1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더 큰 틀의 차원에서 10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그간 논란이 돼 온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을 현행 10억원으로 유지하느냐 아니면 3억원으로 낮추느냐 여부를, 정부가 따로 발표하기 전에 언급한 맥락이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관련 정부 입장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등이 나온 후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이어 홍남기 부총리는 또 다른 깜짝 발표를 했는데, 바로 자신의 사퇴 표명이었다.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2개월간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관련)갑론을박이 있었던 상황에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제가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힌 것.
이 언급이 나오자 청와대는 곧장 "홍남기 부총리의 사직서를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남기 부총리는 국회에서 자신의 사직서가 반려됐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밝히는 등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가 청와대와 조율 없이 사의 표명 사실을 국회 답변을 통해 다소 돌발적으로 밝혔다는 해석이다.
이어 홍남기 부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직서 반려 결정을 전해 듣고도 "후임자가 만약 지명되면 청문회를 거칠 때까지, 물러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사직서는 반려됐으나 사퇴 입장 자체는 고수하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결국 곧 대규모로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개각에서 '사퇴 당하는' 맥락도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당장 사직서로 사퇴하지 못하더라도, 다음(개각 후) 내각에서 빠지겠다는 거취 표명을 강하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가 사직서가 반려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청와대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한 것이다. 대통령 인사 관련 사안은 공직자로서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오전 별도 인편으로 사표를 전달한 후, 국무회의를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 이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더구나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의에 대한 반려 및 재신임 의사를 홍남기 부총리에게 전했으나, 공식적인 반려 결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홍남기 부총리가 국회에서 반려 관련 언급을 할 수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현재 여러 언론 보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홍남기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 후 인사권자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지 않고 국회에서 '깜짝' 사의 관련 입장을 밝힌 것이나, 역시 공식 입장이 나오기도 전에 국회에서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 유지(10억원)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2018년 12월부터 문재인 정부 2번째 경제부총리로 일하고 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문재인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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