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헌 개정 투표율 미달에도 ‘무공천 약속’ 파기 강행하는 민주당

입력 2020-11-03 05:00:00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전 당원 투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당원 권리 확대를 위해 도입했지만 명분 쌓기용 형식적 절차에 그치고, 당 지도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추인 투표'로 타락한 것이다.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내기 위해 당헌 개정 여부를 묻는 전 당원 투표와 그 결과에 대한 민주당의 해석은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개정 대상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당헌 제96조 2항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당 대표 시절 직접 만들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당 대표 시절 법제화 방침까지 밝혔던 것이다. 민주당은 '무공천 약속'을 뒤집기 위해 이를 교묘히 고쳤다. 내용은 그대로 둔 채 '단 전 당원 투표로 달리 결정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를 놓고 민주당은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전 당원 투표를 했다. 결과는 21만1천804명이 투표해 투표율이 26.35%에 그쳤다. 이에 따라 투표 자체가 무효다. 전 당원 투표를 규정한 당규 제38조 3항은 '유효 투표'를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 투표'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무효'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번 전 당원 투표는 당 대표자, 최고위원 및 당 지도부가 직권으로 실시한 투표로서, 단순히 당원의 의견을 물어본 것이며, 당규의 '권리당원의 청구로 이뤄지는 전 당원 투표'와 별개라는 것이다. 권리당원 100분의 10 이상의 서명 발의 및 적격 심사 등을 거친 정식 투표가 아니라 의견 수렴 절차이기 때문에 유효 투표수 조항에 구애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당원을 속이고 국민을 속이는 파렴치한 짓이다. 이렇게 손익에 따라 마음대로 바꾸고 그것도 모자라 투표 결과를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해석해 그 본뜻을 왜곡하려면 당헌·당규는 무엇하러 만들었나. 이런 집단이 입만 열면 '민주' '진보' '개혁'을 외친다. 얼굴이 두껍기가 말 그대로 철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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