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비리 수사 막는 게 검찰 개혁이냐’ 따져 묻는 검사들

입력 2020-11-02 05:00:00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비판한 검사를 겨냥해 인사 보복을 시사한 데 대한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라온 최재만 검사의 "정부와 법무부의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 개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글에 댓글을 단 검사가 300명을 넘었다. 전국 검사 2천200여 명 중 13%에 이르는 검사들이 추 장관에게 반기를 드는 '커밍아웃'에 동참한 것이다.

검사들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 허구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권 비리 수사를 못 하게 막는 것이 어떻게 검찰 개혁이냐"며 따져 묻고 있다. 한 검사는 "검찰 개혁이란 한마디로 집권 세력과 일부 검사 등의 합작 아래 이뤄진 사기였던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의견을 말하면 인사 불이익이나 감찰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게 '개혁'인지 의문" "돌팔매질과 편 가르기" 등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정권은 검사들의 집단 반발을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폄하하면서 조롱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검란'에 비견되는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인 추 장관은 자성은커녕 "커밍아웃" "불편한 진실" 등 자극적인 언사로 검사들을 자극하고 있다. 라임 사태와 관련, 5천만원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검사들의 '나도 커밍아웃'이 유행"이라며 "국민은 '자성의 커밍아웃'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검찰이 정치집단화됐다며 검찰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격하는 인사들도 있다.

검찰이 조국 일가 비리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의혹을 수사하자 정권은 검찰 개혁을 들고 나왔다.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키고 검사들을 좌천시켰다.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을 동원해 정권 비리 수사를 막으려 혈안이다. 검찰 개혁으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검찰을 손아귀에 넣어 정권 비리를 덮으려는 속셈이다. "이게 검찰 개혁이냐"는 검사들의 항변에 공감하는 국민이 부지기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