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참모들 무더기 국감 불출석 통보…오만한 ‘靑 권력’

입력 2020-10-30 05:00:00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예정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퇴장하고 있다. 청와대 국감은 다음달 4일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예정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퇴장하고 있다. 청와대 국감은 다음달 4일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어제 열릴 예정이던 청와대 국정감사가 다음 달 4일로 연기됐다. 국감이 미뤄진 것은 청와대 때문이다. 여야 합의에 따라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청와대 참모 7명이 국감 하루 전날 일방적으로 국감 불출석을 통보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상적으로 국감을 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여야 협의로 청와대 국감을 연기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국감에 "못 나간다"며 밝힌 사유는 석연치 않고 황당하기 짝이 없다. 민정수석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국회에 출석하는 만큼 청와대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민정수석실에 대해 야당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감 불출석 꼼수를 부린 것이다. 대통령 경호처장은 '대통령 경호 임무 특성'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청와대 경호처가 국회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 신체 수색을 한 것과 관련, 야당 공세를 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북한군의 공무원 총살 사건에 대해 소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출장에 따른 코로나 방역 지침'을 내세워 국감 불참을 통보했다.

여야가 합의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청와대 참모들이 무더기로 국감 불출석을 통보한 것은 국회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대신 답변할 수 있다는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 해당 사안을 가장 잘 아는 담당자가 직접 답변하는 것이 국감의 취지에 맞고 국민에 대한 도리다. 옵티머스 사태, 야당 원내대표 신체 수색,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은 국민이 분노하고 궁금하게 여기는 사안인 만큼 청와대 참모들이 국감에서 상세하게 답변하는 게 당연하다.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청와대 반대로 뒤집히는 등 청와대 권력의 독주·독선이 심각하다. 청와대의 입법권 침해, 국감 증인 출석 및 자료 제출 요구 거부, 청와대 눈치를 보는 장관들의 도를 넘은 야당 질타에다 야당 원내대표 신체 수색까지 청와대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이런데도 여당은 행정부 견제라는 의회 역할을 포기하고 사실상 청와대 시녀로 전락했다. 3권분립이 망가졌다는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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