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속에도 젊은이들 "젊어 노세"
단속 피해 헌팅포차·감성주점 문전성시…클럽 원정도 횡행
# 30일 오후 11시 50분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포장마차 안. 교복을 입은 남녀 12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직원이 신분증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모두 20대 성인들이었지만 핼러윈(할로윈·Halloween)데이를 맞아 교복 코스튬 플레이를 하고 술을 마시러 온 것.
발열 확인, 출입 명부 작성도 없이 곧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온 이들은 자리를 잡자마자 배경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술을 마시는 가운데도 노래를 따라 부르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일부는 흥을 못 이겼는지 가게 밖으로 나가 골목길 앞에서 단체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에도 손님들은 계속해서 들어왔다. 직원들은 테이블을 쪼개고 쪼개서 여유 공간을 만들었지만 이마저도 가득 차 뒤늦게 가게를 찾은 인파들은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1m는커녕, 다른 일행과 등을 맞댈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청춘들은 '우린 거북선 다른 배들 통통' 노랫가락에 리듬을 타며 핼러윈데이를 맞았다.
◆ 발 디딜 틈 없는 대구 동성로
핼러윈데이 당일인 31일 새벽 대구 중구 동성로 클럽 골목 일대는 말 그대로 '불야성'이었다. 이번 주말 동성로 인근 유명 클럽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지만 헌팅 포차와 술집들은 여전히 문전성시였다. 발디딜 틈 없이 복닥거리는 거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잊었는지 젋은 남녀들이 마스크 없이 담배를 피우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클럽 골목 뒷골목도 삼삼오오 술집을 찾아 헤매는 청년들로 붐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 헌팅포차의 경우 입구 앞에 30명 가까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감성주점을 찾은 A(21·경북 경산) 씨는 "대구 클럽이 쉰다고 해 부산으로 갈까 고민하다 그냥 피곤해서 동성로에서 놀기로 했다"며 "최근 대구는 계속 조용했으니 마스크만 제대로 쓰면 큰 문제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맞는 핼러윈데이. 아니나 다를까 우려가 현실이 됐다. 서울시와 경기도, 대구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유흥시설에 대한 임시 휴무 권고와 집중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청년들이 영업을 지속하는 감성주점, 포장마차 등 '춤추는 유흥시설' 대체지를 찾으면서 인파가 집중되고 있다.
대구에서도 자진 휴무를 선포한 클럽 대신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주점, 술집 등으로 인파가 몰렸다. 클럽이 영업을 중지하면서 대체 시설로 인파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실제로 나타난 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말 동안 문을 열 예정인 유흥시설을 찾아 서울 강남과 홍대, 대구와 부산 등 지방으로까지 이동을 암시하는 듯한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핼러윈데이가 코로나19 재확산의 도화선이 돼 '제2의 이태원 사태'를 불러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우려가 쉽게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 "대구 막혔대. 부산가자" 클럽 찾아 삼만리
30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태원·강남 등 서울지역과 동성로 등 대구지역 클럽 대부분은핼러윈 데이 기간 문을 닫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파티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전국 각지 번화가에 있는 클럽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27일 전국 유명 클럽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속속들이 할로윈 주간 클럽의 시간표와 DJ 라인업 등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할로윈 데이에 서울지역 클럽이 휴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클럽 커뮤니티에선 각 지역에 있는 클럽의 개장 여부를 묻는 글들이 부쩍 많이 올라오고 있다. 게시글 중에선 '부산'으로 원정 클러빙(클럽을 방문할 목적으로 다른 도시를 찾아가는 것)을 떠날 인원을 모집하는 게시글도 눈에 띄었다.
클럽 관련 온라인커뮤니티 한 회원은 취재진이 원정 클러빙이 횡행한지 묻자 "지난 5월 이후 수도권 클럽이 막혔을 때 대전, 대구, 부산 등지로 원정을 떠나는 클러버(클럽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도 "특히 대구는 클럽 물도 좋고 부산보다 가까워서 친구들끼리 에어비엔비를 예약하고 금요일 저녁에 내려가서 하루 정도 놀다오기 괜찮다"고 귀띔했다.
부산을 비롯해 현재 지역 클럽들은 할로윈 특수를 맞이해 다양한 파티를 기획하며 홍보하고 있다. 인천지역 최대 번화가인 부평 테마의 거리에서는 클럽 7곳이 모두 정상 영업을 한다. 부산의 경우 서면 지역 상당수 클럽과 감성주점이 영업을 하지 않겠다고 시에 알려왔지만, 이외 유흥시설들은 정상 영업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 칼 빼든 지자체… 실효성은 '글쎄요'
전국 방역 당국은 핼러윈을 맞아 외지인들이 번화가 일대 클럽을 찾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 방역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 확산과 유사한 사례를 방지하고자 철저한 방역 점검을 예고했다.
30일 서울시는 핼러윈데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클럽 및 음식점 등 25개소가 방역수칙을 위반해 집합금지명령 등 행정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시 점검 결과 음식점 11개소는 마스크 미착용, 테이블 간 간격 미유지, 출입자 명부 미작성으로 적발됐다. 클럽 등 춤추는 유흥시설 14개소는 이용인원, 이용자 간 거리 유지 등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부산, 대전시 역시 외지 원정대 등이 몰릴 것으로 보고 지역 내 나이트클럽, 헌팅포차 등 유흥주점, 춤추는 유흥시설 업소를 집중적으로 점검 하고 있다. 지자체는 오는 1일까지 단속반 현장 투입, 마스크 착용 여부, 출입명부 작성, 4㎡당 1인 제한 등 방역수칙 준수 여부 점검할 계획이다.
대구는 동성로 등 일대 클럽들이 자진 휴업에 나선 상태지만, 시는 핼러윈 데이를 즐기려는 인파가 클럽 이외 다른 업종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동성로 로데오 거리 음식점을 비롯한 취약업소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구 중구청은 1일까지 대구 중부경찰서와 함께 동성로 일대 유흥시설을 상대로 마스크 착용과 춤추는 행위등을 규제하고자 합동 집중 단속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1일 새벽 동성로 일대의 주점들 상당수가 출입명부 작성, 4㎡당 1인 제한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헌팅포차·감성주점 관계자들은 "발 디딜 틈 없이 혼잡한 인파로 단속반이 출동해도 일일이 집중점검을 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헌팅포차 관계자는 "오늘 내일이 대목에다 손님들이 많이 몰려 매장 내 거리두기, 좌석 띄우기 등 방역 규칙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면서 "발열체크나 마스크 착용을 세세히 검사하지 못하는 곳도 태반인데 단속반 인원도 한정적인 탓에 이잡듯 잡아내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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