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배운 5적(賊)은 들어본 인물이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을 지칭할 때, 흔히 소환되는 이완용 등 다섯 사람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1970년 김지하 시인이 쓴, 국회의원 등을 비롯한 '도둑'을 사례로 든 '오적'(五賊)이란 시가 있었다. 김 시인의 오적은 특정 사람을 가리키지 않고 다섯 부류의 직업 속 높은 자리에 있는 인물을 말한다.
이어 2000년대 선거와 관련된 5적 이야기도 나돌았다. 과거 2012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의 여야 대치 시절, 19대 총선 당시 서로 '손'을 봐야 할 후보로 5적을 내세웠다. 상대 후보 5명을 공격하며 벌인 '5적' 공방전이다. 이와는 다른 성격이지만 전북 임실에서도 역대 군수 선거판에 영향을 미친 인물 5명을 둘러싼 '임실 오적' 논란이 언론에 보도될 만큼 화제였다.
최근 대구경북에서는 이런 사연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지만 '5대 악'이란 말로 비판받는 인물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대구경북 출신인 이들은, 여야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4명에 비정치 분야 1명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자신들만의 지지자들이 뚜렷하다는 사실, 뛰어난 입담 등이다. 이런 5명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고향 사람의 불편함이 있다.
고향 대구경북을 떠나 이제 수도권에서 당당히 자리 잡은 이들은 고관(高官)과 대작(大爵)에다 명성(名聲)까지 고루 누렸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 만큼 모두 '반듯하게' 한 역할을 하며 고향을 빛낼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런 믿음이 무너지고 실망이 덮치면서 섬뜩한 '5대 악'으로 낙인마저 찍힌 모양이다. 무려 다섯이나 지역민의 기대를 저버렸으니 그럴 만하리라.
그러나 대구경북 사람들이여, 아직 판단은 섣부르다. 이들은 지난 세월 한때 입과 권력, 정부 자리로 세상을 주무르며 화젯거리가 됐듯이 정권에 따라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 지금까지 자신을 낳고 길러준 고향에는 '해'(害)를 끼치는 '악'(惡)한 일을 분명 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것으로 다행으로 여기며 우리 스스로 '5대 악'이라 하지 않으면 좋겠다. 대신 옛 기대처럼 언젠가 고향을 빛내줄 것을 빌어보자. 나부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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