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 대구시선거연구회 회장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에 나오는 시구(詩句)이다. 코로나19와 함께한 2020년도 대추가 붉게 익는 만추(晩秋)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계절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부정선거 의혹'이라는 태풍과 천둥을 여전히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수많은 키워드를 만들어 냈다. 고등학생 유권자의 탄생,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논란과 위성정당의 출현, 48㎝ 비례대표 투표용지, '코로나19 펜데믹' 선포 이후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 선거 실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논란과 우려 속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26.7%)과 28년 만에 총선 최고 투표율(66.2%)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선거 관리를 통해 대한민국이 '아시아 민주주의의 등불'이라는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우리 국민의 염원에서 탄생한 중립적인 선거 관리 기관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1960년 3·15 부정선거라는 역사적 아픔에 대한 반성으로 헌법 개정을 통해 1963년도에 창설되었다. 이는 단순히 선거 관리 주체가 행정부에서 선거관리위원회로 변경되었다는 점을 넘어, '선거의 공정'을 하나의 헌법 가치로 정립하고, 이를 행정부와는 독립된 중립적 헌법기관이 관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창설 이후 그동안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한 선거 관리와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한 엄중한 예방·단속, 선거·정당 및 정치자금법제 연구, 선진 정치 환경 구현을 위한 민주시민 정치교육 등을 통하여 우리나라 선거·정치 문화 개선에 기여해 왔다.
그 결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17년 국가별 민주주의 지수(Index of Democray) 5가지 평가 요소 중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한국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최상위 그룹인 '온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y) 국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된 범죄의 공소시효가 지난 10월 15일로 만료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한 경쟁과 바르고 깨끗한 선거의 실현을 위해 '국회의원 선거'라는 경기장의 심판으로서 여느 선거에서와 같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기반으로 엄중히 단속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체 조사를 통해 934건(고발 258건, 수사의뢰 44건, 이첩 31건, 경고 601건)을 조치하는 성과도 이루었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6개월로 다른 법률에 비해 상당히 짧다. 이는 선거가 국민 대표자를 뽑는 기능 못지않게 사회 통합의 기능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선거 사범을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선거 결과를 하루빨리 안정시켜 선거 과정에서 갈라진 민심을 빠른 시일 내에 봉합해 사회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국민적 합의가 반영된 것이다.
선거는 끝이 났지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선거 소송의 태풍이 대한민국을 덮고 있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및 직원은 대한민국의 튼실한 '한 알의 민주주의'를 수확하기 위해 언제나 변함없이 '엄정 중립'의 자세로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할 것이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도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와 함께 알알이 굵어지는 풍성한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댓글 많은 뉴스
박수현 "카톡 검열이 국민 겁박? 음주단속은 일상생활 검열인가"
'카톡 검열' 논란 일파만파…학자들도 일제히 질타
이재명 "가짜뉴스 유포하다 문제 제기하니 반격…민주주의의 적"
"나훈아 78세, 비열한 노인"…문화평론가 김갑수, 작심 비판
판사 출신 주호영 국회부의장 "원칙은 무조건 불구속 수사…강제 수사 당장 접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