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동성 커플 법적 보호받아야"…동성결합법 첫 공개 지지, 비판 파장도 커

입력 2020-10-22 15:22:10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방향 전환' 평가…교회 가르침 위반했다며 비판 목소리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신자들을 주례 접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 커플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개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신자들을 주례 접견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 커플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개적으로 '동성결합법'(Civil union law) 지지 입장을 밝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커플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개적으로 '동성결합법'(Civil union law) 지지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가톨릭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교황의 이러한 입장은 21일(현지시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 공개됐다.

교황은 다큐멘터리 내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하나의 가족이 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불행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이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성결합법(Civil union law)이다. 이는 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라며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 부연했다.

동성결합법은 동성 결혼 합법화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와 미국의 일부 주가 이를 채택하고 있다. 이성 간 정상적인 결혼으로 발생하는 모든 권한과 책임이 동등하게 부여된다. 교황이 2013년 즉위 이래 동성결합법의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 통신은 동성결합법을 공개 지지한 역대 첫 교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황청 안팎에서는 성소수자(LGBTQ) 이슈와 관련한 가톨릭교회의 역사적인 방향 전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예수회 사제 제임스 마틴은 로이터에 "동성결합법에 대한 교황의 명확하고 공개적인 지지는 가톨릭교회와 성소수자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교황이 교회의 오랜 가르침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는 등 발언의 파장이 적지 않다. 교회 안팎에서 보수와 진보가 충돌하는 '문화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가톨릭교회는 동성애적 성향이 그 자체로 죄는 아니지만 동성애 행위가 죄이기 때문에 이런 성향을 가지는 것 역시 '객관적으로 문제'(objectively disorderd)라는 입장이었다. 바티칸의 동성결합에 대한 기존 입장 역시 교황의 이번 발언과는 정반대에 가깝다.

미국 교회 내 대표적 보수파로 꼽히는 토머스 J. 토빈 주교는 보스턴글로브 등 미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교황의 발언은 교회의 오랜 가르침과 명백히 충돌한다"면서 동성결합 같은 관계는 "명백히 부도덕하며 교회가 이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지석 선임기자·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