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으로 계약 파기 속출, 애태우는 전세 난민들
수요 공급 대책없이 징세로 일관하는 부동산 정책
보유세 부담 탓에 얼마 전 수도권에 있는 집을 처분한 A씨는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3년 만에 7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지만 실제 손에 쥔 돈은 1억원 남짓. 3명이 돈을 모아 집을 산 데다 차익의 절반 가까운 돈을 양도소득세로 내고, 부동산 수수료 등을 빼고 나니 기대했던 수익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는 양도소득세 때문에 정부와 여당 욕도 하면서 속상함을 달랬지만 지금은 화가 난 이유가 달라졌다.
6개월 사이에 집값이 수억원 올랐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보유세 걱정은 뒤로 미뤄두고 무조건 집을 갖고 있어야 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 살던 B씨는 암담하다. 지난 초여름, 살던 아파트 매매 계약을 하고 이사 갈 아파트 계약도 맺었다.
이사 날짜를 맞추다 보니 계약 시점부터 5개월가량 여유가 있었다. B씨가 살던 집을 산 사람은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보내왔다. B씨도 이사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이사 가려던 집의 주인이 계약 해지를 통보해 온 것이다.
집값이 올랐으니 돈을 더 내든지 아니면 계약을 파기하자는 것이었다. 아직 중도금을 건네지 않은 탓에 계약금의 2배를 물면 파기는 가능했다.
결국 위약금 수천만원을 받고 계약은 없던 일이 됐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여기부터다. 그새 집값이 너무 올라서 위약금을 보태도 살 만한 집이 없어졌다. B씨는 불편을 감수하고 살던 동네를 떠나거나 집을 줄여 옮겨야 할 처지에 놓였다.
30대 직장인 C씨는 얼마 전 지인과 함께 돈을 보태 다른 지역 아파트를 샀다. 전세를 끼고 2억원 정도로 갭투자를 한 것이다. 미혼인 C씨는 무주택자였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니 그간 직장 생활을 하며 번 돈을 저축할 수 있었다. 혼자 대구에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어서 지인과 함께 보태서 갭투자에 나선 것이다.
계약 후 잔금을 치르는 데 2개월 정도 걸렸는데, 그 사이 집값은 1억원 넘게 올랐다. C씨는 막차를 탄 게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줄 지어 갭투자에 나서는 동료들을 보며 안도하고 있다.
초유의 가을 전세 대란 속에 사람들은 모이면 온통 부동산 얘기다. 시중에 자금이 워낙 많이 풀려서 당장 집값이 오르고 있지만 실수요를 감안하면 언젠가는 거품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회의론을 누군가 펴면 곧바로 면박이 날아온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진단과 정책이 꾸준히 헛다리를 짚는 이상 부동산 몰락은 결코 없다는 주장이다. 전세 난민 처지에 내몰렸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전세 물량이 되레 늘었고, 집값 급등의 원인은 저금리 탓이라는 주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말 여당이 주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여파로 전세가 극도의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매매가마저 연일 고가를 경신하는 상황과는 너무도 다른 얘기다. 전세 매물은 아예 사라졌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와도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듣는 모양이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정부는 아랑곳 않고 2030년까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맞추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 이번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세금 폭탄이다. 집을 사면 세금, 갖고 있어도 세금, 팔면 또 세금. 집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것도 겁나지만 이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부동산 시장에 불안 심리가 개입해 폭락세로 돌아설까 봐 정말 무섭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공포가 다시 회자되는 것을 보면 심상찮은 상황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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