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주도권 잡기 바쁜데…국민의힘 '자중지란'

입력 2020-10-18 18:17:09 수정 2020-10-18 19:50:01

'산토끼'만 보는 김종인 vs '집토끼' 보듬으며 가야 한다는 중진 충돌
겉으론 당의 노선 다툼으로 보여도 핵심은 차기 대권주자 힘겨루기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부산 동구 라마다호텔을 방문해 부산관광협회와 간담회를 갖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후 부산 동구 라마다호텔을 방문해 부산관광협회와 간담회를 갖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지형의 절대적인 열세와 향후 각종 공직선거에 나설 후보자 기근 현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제1야당이 당 대표와 중진들 사이의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더욱 나락으로 주저앉고 있다.

당 대표가 이른바 '산토끼'(중립성향 유권자)를 잡겠다고 밖으로만 돌자, 당내 중진들이 '집토끼는 굶길 작정이냐'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으로 각종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보수당 고정지지층만으로 부족하고 중도성향 유권자를 포함해 새로운 지지기반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당내 중진들은 김 비대위원장의 '지당하신 말씀'이 지향해야 할 지점이긴 하나 그 방법론에선 보다 집토끼(기존 지지층)의 의중을 보듬으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당내에선 겉으로는 김 위원장과 중진들의 갈등이 당의 노선과 관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당내 주도권 확보와 당의 차기 대권 주자를 옹립을 둘러싼 힘겨루기라고 평가하고 조만간 두 진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양측은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나설 후보군을 두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부산 지역 3선인 장제원 의원은 18일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당 대표 격인 분이 가는 곳마다 자해적 행동이니 참 걱정"이라며 "격려를 하고 다녀도 모자랄 판에 낙선운동이나 하고 다녀서야 되겠나"라고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지난 16일 김 위원장이 "지금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내가 생각하는 후보는 안 보인다"며 "국회의원 3∼4선하고 이제 재미가 없으니 시장이나 해볼까 하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한 발언에 대한 대답이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왔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권영세 의원은 김 위원장 발언 당일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려서 얻을 게 뭐가 있나"라며 "적절치 않은 얘기"고 지적했다.

특히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에도 인물들이 있다. 문제는 오히려 지휘다. 연주자들의 역량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문제고, 무슨 곡을 연주할지 제대로 정하지 않은 채 홀로 박수받을 생각에 이 곡 저 곡 독주해대는 것이 문제"라고 김 위원장을 저격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정국주도권을 잡기도 바쁜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힘을 합쳐도 모자를 판에 오히려 내부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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