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놀이야~♪' 울산 화재 이재민 조롱메모…누리꾼 분노

입력 2020-10-14 20:00:22 수정 2020-10-14 20:04:30

울산 남구 주상복합건물 삼환아르누보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 남구 주상복합건물 삼환아르누보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대형 화재가 난 울산 남구 주상복합 '삼환아르누보' 이재민들이 임시로 묵고 있는 스타즈호텔 객실에 이들을 조롱하는 메모가 붙여져 논란이 일고 있다.

자신을 삼환아르누보 주민 중 한 명이라고 밝힌 A씨는 페이스북에 "다른 숙소에서 지내다가 11일부터 투숙하게 됐는데 투숙 다음 날인 12일 아침 객실 내에서 이런 메모를 발견했다"며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메모에는 '이재민을 위한 플레이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메모지에는 오마이걸 '불꽃놀이', 태연 '불티', 방탄소년단 '불타오르네', 블랙핑크 '불장난', god '촛불하나', 전영록 '불티', 옥슨80 '불놀이야' 등 불과 관련된 노래 7곡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주민 대다수가 잠도 못 자고 후유증으로 힘들어하고 있고, 여러 글과 댓글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며 "그런 와중에 불 속에서 구조됐던 저희를 향해 이런 리스트를 적어뒀다는 게 도를 넘은 악의로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메시지는 저희를 향해 저주를 붓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고, 호텔에 이런 걸 적어둔 사람이 있다는 게 무섭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재민이 올 방이라는 걸 알고 이런 걸 적어둘 만큼 도를 넘은 비난을 그저 보고만 있지는 못하겠다"면서도 "직접적인 위해가 없어 신고는 불가능하다고 한다"며 "불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에까지 불을 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14일 스타즈호텔 측은 메모가 적힌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호텔 측은 하우스키퍼나 내부 직원 소행일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으나 법무팀 등을 통해 내부 침입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CCTV 확인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8일 오후 11시 14분쯤 발생한 화재로 이 아파트 주민 93명은 경상을 입었고 77명이 구조됐다. 앞서 울산시는 화재로 갈 곳이 없어진 이재민들이 비즈니스호텔에서 묵을 수 있도록 지원했으나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과잉 지원이란 비판이 일었다. 그러자 울산시는 지원되는 숙박비는 2인 기준 1박당 6만원, 1인당 3만원으로 정부 지침에 근거했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이어졌다.

메모지 사진이 14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누리꾼들의 설왕설래도 이어지고 있다. 도가 지나친 장난이라는 반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울산시의 과잉 지원을 문제 삼는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너와 부모·형제가 이런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해보라"며 "이런 정신상태로 살아가자니 힘들겠다", "조롱이 도를 넘었다", "사람 아닌 것 같다"등 비판적인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한 누리꾼은 "마음은 아프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민 세금으로 호텔 제공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 그동안 재해민들이 학교 체육관에서 지낸 것은 무엇이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14일 울산 주상복합 화재 이재민의 숙소 문 앞에서 발견된 조롱성 메모지. A씨 페이스북 캡쳐
14일 울산 주상복합 화재 이재민의 숙소 문 앞에서 발견된 조롱성 메모지. A씨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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