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 2012
갈림길에 서있을 때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지금 선택하고자 하는 길이 옳은 길인지 누군가에게 간절히 묻고 싶어진다. 덤불같이 엉킨 인생길에서 우리를 저 너머로 무사히 가게 해줄 혜안을 가진 누군가를 찾으려 해보지만 그런 조언자를 만나는 일은 너무나도 드물고 어렵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누구나 꿈꾸는 조언자를 품은 공간이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공간인 '나미야 잡화점'에서 일어난 기묘한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다. 세월을 뛰어넘어 상담자와 조언자가 절묘하게 얽혀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 안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2012년에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이래, 연속적으로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며 서점가에서 "21세기 가장 경이로운 베스트셀러"라고 불리고 있다.
추리소설 작가의 소설답게 사건과 인물들이 기발한 방식으로 퍼즐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쓰여 있어, 독자들은 추리하며 기적과 감동을 동시에 느끼는 각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지독한 악인도 없고, 살인 사건도 없어 더없이 유쾌하다.
나미야 잡화점의 원래 주인 나미야 씨는 사려 깊은 성품과 연륜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위트 있는 답변을 해 주며 살아생전에 '나미야 잡화점'을 고민상담해결소로 유명하게 만든다. 나미야 씨는 '공부하지 않고 백점을 맞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라는 초등학생의 질문에 선생님께 부탁해 당신에 대한 시험을 치게 해달라고 하라며, "당신에 관한 문제니까 당신이 쓴 답이 반드시 정답이니 백 점 만점을 받을 수 있어요"라고 답하고, 처자식이 있는 사람의 아이를 임신해, 낳아야 할지 지워야 할지 고민하는 여성에겐 "중요한 것은 태어나는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며, 반드시 부모가 다 있어야만 행복해진다고 할 수는 없다.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라며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나미야 씨가 세상을 떠나고, 30년이 지난 후 나미야 잡화점은 단 하룻밤뿐이지만 시공간을 연결하는 기묘한 공간으로서 존재하게 되었고, 그때 마침 이곳에 숨어들어 얼떨결에 하룻밤을 묵게 된 삼인조 도둑은 예전 주인 앞으로 도착한 고민 상담 편지를 발견하고 상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진심을 담은 답장을 보내게 된다.
상담을 통해 인생이 변화되는 이야기들을 지켜보며, 인생을 이끄는 것은 결국 누구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소설 속에서 나미야 씨는 아들에게 상담을 해 주며 깨닫게 된 사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은 인생의 지도조차 없어 갈 길을 잃어, 막막해져 있는 세 명의 도둑이 '백지'를 우편함에 넣은 것에 대한 진짜 나미야 잡화점 아저씨의 답장으로 마무리된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 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선택 앞에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은 조언자가 아니라 스스로를 믿는 마음이 아닐까?
정소현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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