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30층 이상 60곳·217개동, 울산 화재 남의 일?

입력 2020-10-11 17:45:08 수정 2020-10-11 20:33:09

창문 없는 고층건축물에 인기 있는 단열재…가공 쉽고 단가 저렴해 10여년 전부터 각광
소방, 충전재 불에 타면 내부 빈 공간 타고 화염 확산…굴뚝효과로 화재 취약

8일 밤 울산시 남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화재가 9일 오전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밤 울산시 남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화재가 9일 오전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밤 울산에서 발생한 주상복합건물 화재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외장재인 '알루미늄 복합 패널'이 대구 주상복합건물에도 일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층아파트 등 공동주택보다 외관이 중요한 주상복합 상가건물이나 오피스텔에 주로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화재에 취약하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11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대구시내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은 60곳, 217개동이다. 이 중 일부는 울산 화재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알루미늄 복합 패널을 건물 외장재로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 복합 패널은 알루미늄 판과 판 사이에 단열재 역할을 하는 충전재를 넣은 샌드위치 구조다. 알루미늄 판 자체는 불연재지만 충전재로 들어가는 폴리에스테르와 접착제가 가연성 물질이라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알루미늄 복합 패널은 얇고 가벼우며 시공이 용이해 각종 건축물에 인기 자재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 외장재로 사용하던 알루미늄 합금판, 도금판과 비교해 무게가 절반 수준이다. 단가도 저렴하고 쉽게 시공할 수 있다. 게다가 색상을 입히거나 건물 외부에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편해 미관상으로도 인기 있는 자재다.

특히 단열효과가 좋아 창문이 없는 고층 건축물에 알루미늄 복합 패널이 쓰이면 강풍과 추위를 효과적으로 막아준다는 것.

지역 한 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고층 건축물의 경우 강풍에 대비해 창문을 없애는데 건물 내부 단열효과를 위해 외장재로 알루미늄 패널을 쓰는 곳이 많다"고 했다.

이같은 장점 덕에 알루미늄 복합 패널은 10여 년 전 새로운 건축자재로 각광을 받았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의류처럼 건축자재들도 유행을 따르는데 단가가 저렴한 신제품으로 전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킨 바 있다"고 했다.

하지만 소방 관계자들은 고층 건축물에 시공될 경우 화재에 취약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전재가 연소돼 부피가 줄어들고 알루미늄 판 사이 빈 공간이 형성돼 굴뚝효과(건축물 내부 아래쪽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수직공간이 굴뚝 역할을 해 연기가 상층부로 퍼져나가는 현상)에 따라 고층까지 화염과 연기가 뻗쳐간다는 것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알루미늄 판 사이에 있는 충전재가 연소되며 생긴 빈 공간을 타고 화염이 급속도로 번질 수 있다"며 "울산 화재도 외벽을 타고 불길이 올라가 전체 건물이 활활 탔는데 이 과정에서 화염이 세져 창문을 통해 가구 내로 침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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