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오후 7시 중계 예정

17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 인근에서 대규모 인파가 집결해 노동당 창건 75주년 군사 퍼레이드(열병식)의 리허설을 진행하는 모습을 포착한 위성사진. 맥사 테크놀러지 제공.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일 국제사회 최대 관심사였던 열병식 시간이 새벽으로 바뀌어 국제사회가 그 이유를 찾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 열병식을 이날 오후 7시에 공식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북한은 통상 낮에 열병식을 열고 신형 전략·전술 무기를 과시한 뒤 대규모 군중시위까지 벌이며 군사력과 대내 결집력을 부각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당일 새벽에 기습적으로 열병식을 열었으며, 대내외 매체에서 아직 개최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다가 "19시부터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을 보내드리겠다"고 조선중앙통신이 공식 보도하면서 열병식 새벽 개최가 기정사실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심야에 열병식이 열린 탓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동원 여부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어려웠지만 이번 중계로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은 노동당 창건 75주년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평양을 비롯한 북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게 지나가는 모습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주년이 아니었음에도 당창건을 기념해 전국 각지에서 청년 무도회가 열렸고, 태권도와 빙상 등 다채로운 체육 경기가 개최됐던 지난해와는 대조적이다.

상대적으로 줄어든 행사 탓인지 대외적으로 행사를 알리는 데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전까지는 열병식 등 대형 행사를 열면 평양 주재 외국인을 초청해왔지만, 올해는 외무성이 평양 주재 대사관과 국제기구 사무실에 공문을 보내 당창건 75주년 행사장에 접근하지 말고 사진과 영상도 촬영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북한의 '10월 명절'인 당창건 75주년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로 최악의 경제난을 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수와 태풍 피해로 주택 같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원상 복구하는 것이 더 급선무다 보니 경제 목표는 모두 뒤로 밀린 모양새다.

하지만 정치적 의미가 큰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초라하게 보낼 수 없는 만큼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빛을 앞세운 이색적인 깜짝쇼 연출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례적으로 심야에 열병식을 열고 불꽃놀이와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드론이 동원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