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추강(秋康) 두 여인의 길

입력 2020-10-08 05:00:00 수정 2020-10-08 07:32:10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내가 그 아이의 꾐에 넘어갔구나!"

인조 임금이 소현세자의 짝을 찾을 때, 한 후보 여인의 용모가 넉넉하고 후덕스러웠는데 아무 때나 웃고 음식을 주니 밥이고 국이고 손으로 먹었다. 궁녀들은 여인이 미쳤다고 하고, 인조도 병이 든 것으로 의심하며 살피지 않았다. 그러나 뒷날 여인이 다른 곳에 시집가 매우 부덕(婦德)이 있다는 말을 듣고 혀를 차며 내뱉은 말이다.

권씨라는 여인의 선택은 빛났다. 뒷날 세자의 짝인 강빈(姜嬪)은 병자호란 때 볼모로 세자와 청국으로 끌려가 8년 동안 갖은 고생을 했다. 또 귀국 뒤 남편과 자녀의 죽음, 그리고 결국 자신마저 시아버지 인조에게 미움을 사 사약을 받고 죽음으로 삶을 마친다. 인조(仁祖)란 이름에 결코 걸맞지 않은 임금의 잔인함을 피했으니 권 여인은 단연 돋보인다.

이와 다른 삶의 장녹수도 살필 만하다. 용모에다 가무로 노비에서 연산군의 총애를 받아 후궁이 된 장녹수는 연산군의 어머니 폐비 윤씨 사건으로 피비린내 나는 참극인 갑자사화를 일으키는 일에 한몫을 한다. 그러나 장 후궁은 결국 잘못된 처신으로 파멸을 자초하고 중종반정의 정권 교체로 목숨마저 잃었다.

선택은 두 여인의 삶을 갈랐다. 권 여인은 높은 권력의 자리에 따를 위험과 희생을 따져 '미친 척'한 지혜로 새로운 삶을 산 사연을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반면 장 후궁은 신분 상승과 권력의 맛에 취해 못된 짓을 함으로써 임금과 자신의 삶도 망쳤다.

권력의 자리 선택 앞에서 사람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위와 권력에 걸맞은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는 곧 파멸과 불행의 씨앗을 스스로 뿌리는 일이나 다름없음을 역사는 늘 일깨운다. 여인이든, 임금이든, 누구든 가리지 않는다는 교훈은 역사에는 널렸다.

문재인 정부도 같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례가 그렇다. 강 장관은 남편이 배도 사고 놀러 미국에 간 문제로, 추 장관은 아들의 군대 휴가 특혜 시비로 시끄럽다. 강 장관은 국민의 해외 발길은 묶어 놓고도 정작 남편은 그러지 않았다. 추 장관도 뭇 장병이나 부모는 상상 못할 특혜성 휴가 처리로 힘없는 국민 가슴에 못을 박았다. 하지만 두 장관은 별로 개의치 않는 태도이니, 이제 앞으로 남은 일은 역사가 전하는 기록을 살피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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