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전기차 보급이 코로나19 복병을 맞아 멈칫거리고 있다. 올 들어 대구에서는 지난달까지 1천500대의 전기차가 출고됐을 뿐이라고 한다. 지난해 출고 실적 4천600대보다 한참 뒤지며, 올해 6천 대 보급 목표 달성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장기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다 보면 돌발 변수를 만나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최근 대구의 전기차 보급 부진은 우려할 만한 조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순풍에 돛 단 듯했던 대구시의 전기차 보급이 이렇게 급전직하한 것은 일차적으로 전기차 수요의 전반적인 부진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원인은 대구 내부에 있다. 3월 이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편성 여파로 시 재정 형편이 나빠지면서 전기차 구입 보조금 예산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전기차를 사면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대당 최대 1천32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국비에 상응하는 대구시 지방비 예산이 없다 보니 시민들이 전기차를 사기가 원천적으로 어려워진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예단할 수 없어 시 재정 상황의 조기 개선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마냥 팬데믹 탓만 하면서 사업 자체를 유야무야하기에는 일이 많이 커져 버렸다. 주지하다시피 '전기차 도시 대구'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대구시는 2030년까지 역내 등록 차량의 절반 수준인 50만 대를 전기차로 보급한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세웠고 관련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구축해왔다. 그 결과 대구는 전기차 선도 도시 국가 브랜드 대상을 3년 내리 수상한 바 있다.
전기차 선도 도시 대구 프로젝트는 단순히 전기차를 많이 보급하는 사업이 아니다. 여기에는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를 포함한 역내 산업지형을 바꿔 대구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밑그림이 깔려 있다. 따라서 지금 어렵다고 프로젝트 자체가 용두사미식이 돼서는 안 된다. 내년부터라도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매고 전기차 선도 도시 계획에 박차를 가하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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