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성주 폐기물처리업체 편든 법원 원망스러워"

입력 2020-10-07 17:10:07 수정 2020-10-08 09:10:31

성주 용계리 주민 고통 호소…"산보다 높이 쌓인 쓰레기더미 참고 살라니"

김경구 성주군 용계리 이장 집(태극기 있는 곳) 뒷길에서 바라본 A산업 전면 모습. 순환골재 더미가 옆 산봉우리보다 더 높다. 이영욱 기자
김경구 성주군 용계리 이장 집(태극기 있는 곳) 뒷길에서 바라본 A산업 전면 모습. 순환골재 더미가 옆 산봉우리보다 더 높다. 이영욱 기자

지난 5일 오전 경북 성주군 용암면 용계리 건설폐기물중간처리업체 A산업 및 관계사 출입구. 건설폐기물을 실은 25t 덤프트럭이 줄지어 들어갔다. 간간이 순환골재(폐콘크리트를 잘게 부순 것으로 사용현장 외는 건설폐기물임)를 싣고 나오긴 했지만 들어가는 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다. A산업 등에 허가량보다 훨씬 많은 건설폐기물과 수십만t의 순환골재가 불법 적재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외부서 바라본 A산업은 높다란 옹벽위로 수십m 쌓여있는 순환골재 더미가 보는 이를 압도했고, 군데군데 덮개가 찢어진 곳에선 뿌연 먼지가 날았다. 성주군이 허가량을 넘기고 허가장소 외 불법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폐콘크리트 원석과 또 다른 순환골재 더미는 전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기자가 A산업 주변을 둘러보고 핸드폰 카메라를 출입구 쪽으로 향하자 근무자가 득달같이 달려와 누구냐, 어디서 왔냐, 왜 함부로 사진을 찍느냐고 따지듯 물었다. 신분과 방문이유를 설명하고 내부 진입과 사진촬영 가부를 물으니 턱도 없다는 대답이었다. 주변만 빙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용계리 김경구(59) 이장 집은 A산업 출입구와 직선거리로 130여m다. 게다가 덤프트럭 진출입 도로와도 가까워 A산업으로 인한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입고 있다. 김 이장은 "먼지와 소음 때문에 하루도 컨디션이 좋은 날이 없고, 덤프트럭만 보면 바짝 긴장하는 노이로제가 생겼다"면서, "무엇보다 수십m 높이로 쌓인 폐기물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심리적 불안 때문에 일상생활에 애로가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폐기물 더미의 높이가 부쩍 높아졌다고 했다.

김 이장 아내는 "외부에 빨래를 널 수도 없을 뿐더러, 폐기물 더미가 앞을 꽉 막아 항상 우울하다. 우리야 어떻게든 살겠지만 농사를 짓겠다며 들어온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A산업 쪽으로 원망의 눈길을 보냈다.

이웃의 김원달(69) 씨는 "A산업 자리가 예전에는 저수지였다. 산 좋고 물 맑은 이곳이 무법천지에 사람살기 고약한 곳이 되어버렸다"면서, "참외농장이 A산업 경계와 맞닿아 있어 비라도 오면 혹시 무너지지 않을까 늘 조마조마하다"며 어깨를 움츠렸다.

대다수 용계리 주민들은 A산업 영업정지와 건설폐기물 반입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주민들은 "기업 이익도 중요하지만 사람 목숨과 안전을 더 우선한다는 게 이 정부의 방침 아니냐. 어느 정부 어느 국민을 위해 일하는 법원이고 판사냐"며 집중 성토했다.

"법원은 주민 안전보다 기업 이익을 위해 A산업 측 손을 들어주고, 행정은 법에 막혀 무력해 우리는 이제 비빌 언덕도 없어졌습니다. 불탈법을 일삼는 A산업에 주민불편과 불안 해소를 위한 투자와 합법적 영업 밖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 나라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김경구 이장의 독백에 용계리 주민들의 심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경경구 용계리 이장이 자기 집 마당에서 A산업 순환골재 더미를 가리키고 있다. 김 이장 아내는 아침에 널어놓은 이불홑청에 흙먼지가 앉았다며 언짢아 했다. 이영욱 기자.
경경구 용계리 이장이 자기 집 마당에서 A산업 순환골재 더미를 가리키고 있다. 김 이장 아내는 아침에 널어놓은 이불홑청에 흙먼지가 앉았다며 언짢아 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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