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가빠 내원한 7살난 반려견 소망이가 집중치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보호자 할머니는 소망이가 전날 오전만 해도 무척 건강했고 밥도 잘 먹었다고 한다. 그러던 소망이가 오후 들어 점차 기운이 없어지더니 호흡이 가빠지고 소변마저 붉어보였다고 한다.
소망이의 청진 과정에서 심잡음이 확인되고 폐포음이 거칠게 들렸다. 잇몸은 창백하고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하게 진행되는 상황이라면 심장질환과 폐부종을 보통 의심한다. 곧바로 고압 산소실로 옮겨져 산소를 공급하고 폐부종에 대한 응급 처치가 시작됐다. 어느정도 호흡이 안정돼서야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혈액검사를 통해 급성 중독의 가능성은 배제됐고 초음파 검사에서 종양이나 장기 파열과 같은 내출혈 가능성도 배제됐다. X-ray 검사에서는 예상대로 폐부종과 심비대 소견이 확연히 관찰됐다.
키트 검사에서 심장사상충 감염이 확진은 됐지만 평상시 기침이나 운동장애가 없었던 점으로 미루어봤을 때 심장사상충 감염 단계는 심각치 않아 보였다.
할머니와의 상담이 이어지고 나서야 소망이가 갑자기 위험에 빠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할머니가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동물약국에서 구입해 먹였다는 사실이 확인돼서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심장사상충이 감염돼 있는 동물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장사상충은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질병이다. 모기가 감염시키기 때문에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개와 고양이에게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매달 급여하도록 권장한다. 바르는 약도 있다.
모기가 흡혈하는 과정에서 타액 속의 심장사상충의 유충이 전파된다. 유충은 수개월에 걸쳐 혈관으로 이동하며 자라다가 비교적 공간이 넑고 혈류가 안정적인 우심실과 폐동맥에 정착한다. 심장사상충이 감염되더라도 성충의 수가 적을 경우 우심실과 폐동맥의 혈류를 방해가 미미하면 기침이나 운동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다. 혈액검사를 하기 전에는 감염 여부를 예측할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심장사상충의 감염 초기에도 심장사상충 예방약이 투여되면 생명을 잃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예방약이 심장사상충을 자극하여 돌발적으로 폐동맥을 막아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위급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폐동맥의 혈액 순환이 방해되면 폐부종과 호흡장애가 나타나며 결국 전신 혈액순환장애와 호흡곤란의 사망하게 된다. 산소를 공급하고, 폐의 부종을 완화시키고 혈전 방지를 위한 집중 응급 처치들이 이루어지지만 근본적으로 심장사상충이 우심실로 복귀되지 않으면 생존은 어렵다. 다행히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휴유증이 남는다.
소망이는 생사를 오가는 사투 끝에 결국 저녁 무렵 사망했다. 할머니의 슬픔이 컸고 후회와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동물병원을 나서는 할머니를 위로하던 나의 심정도 착잡하긴 마찬가지다.

심장사상충은 동물병원에서 혈액 한방울이면 간단히 검사되며,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지 않은 개와 고양이에게만 예방약을 급여하도록 처방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동물약국에서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그렇다고 동물약국에서 심장사상충 예방약의 위험성을 경고하지는 않고 있다. 판매에 급급하다 보니 정작 동물의 생명은 경시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소망이 같은 안타까운 사례들이 반복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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