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진 북측의 우리 실종 공무원 사살과 관련해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과하자, 정부 및 여권 인사들이 어제와는 다른 뉘앙스의 반응을 나타냈다.
어제인 24일 주로 보수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 및 정부·군의 대처 미흡을 강하게 질타한 것과 비교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를 곧 '북측의 태도 변화'로 보면서, 나아가 '남북 정상이 회동해야'하고, 이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등 전날에서 다소 누그러진, 또한 다소 성급할 수 있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두고 "과거 북측 태도에 비하면 상당한 정도의 변화"라며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엄중한 상황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변화'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는 "친서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오고 갔다면 그 내용이 험악한 것이기보다는 좋은 내용일 가능성이 높지 않나"라며 기대감도 나타냈다. 친서 내용 공개 여부를 두고 이낙연 대표가 회의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관례나 상대에 대한 예의로 봐야 하나"고 묻자 강경화 장관은 "그렇게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노무현재단·통일부·서울시 공동 주최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는데, 이날 토론 도중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 소식이 전해지면서 토론자들이 한마디씩 했다.
이 가운데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남북 정상이 회동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며 이번 실종 공무원 사살 건은 물론, 지난 6월 북측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구두로 설명을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문정인 특보는 양 정상의 회동에 대해 "어떻게 남북관계를 새로 정립할지 (논의하는)기회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도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가운데 문정인 특보의 주장에서 이어지는 맥락의 발언을 했다. 그는 "유명을 달리한 이씨(실종 공무원, 어업지도원)와 가족들에게는 굉장히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새 남북관계 부활로도 연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북한의 잔혹성과 무자비성이 부각돼 저런 사람들과 무슨 대화, 화해, 협력을 하겠느냐는 식으로 여론이 나빠질 게 걱정스럽다. 대북정책과 남북관계는 국민 여론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어제와 좀 달라진 분위기를 의식한듯한 행보를 보였다. 이날 오후 4시를 조금 넘겨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보내고 12일 김정은 위원장이 답을 하는 등 양 정상이 친서를 교환했다며, 2건의 친서 내용 전문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 전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 귀하
코로나 바이러스로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운 악전고투의 상황에서 집중호우, 그리고 수차례의 태풍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에게 큰 시련의 시기입니다.
나는 국무위원장께서 재난의 현장들을 직접 찾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피해복구를 가장 앞에서 헤쳐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깊은 공감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무위원장님의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합니다.
무너진 집은 새로 지으면 되고, 끊어진 다리는 다시 잇고, 쓰러진 벼는 일으켜 세우면 되지만, 사람의 목숨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입니다.
우리 8천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우리가 어떠한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일 것입니다.
매일이 위태로운 지금의 상황에서도 서로 돕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동포로서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고 함께 이겨낼 것입니다.
부디 국무위원장께서 뜻하시는 대로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국무위원장님과 가족분들께서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2020년 9월 8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전문.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귀하
대통령께서 보내신 친서를 잘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나에게 와닿은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에 넘치는 진심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습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 역시 이 기회를 통해 대통령께와 남녘의 동포들에게 가식 없는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최근에도 귀측지역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악성비루스확산과 련이어 들이닥친 태풍피해 소식에 접하고 누구도 대신해 감당해줄수 없는 힘겨운 도전들을 이겨내며 막중한 부담을 홀로 이겨내실 대통령의 로고를 생각해보게 되였습니다.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지, 어떤 중압을 받고 계실지, 얼마나 이 시련을 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계실지, 누구보다 잘 알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나는 대통령께서 지니고 있는 국가와 자기 인민에 대한 남다른 정성과 강인한 의지와 능력이라면 반드시 이 위기를 이겨내실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습니다.
어려움과 아픔을 겪고있는 남녘과 그것을 함께 나누고 언제나 함께 하고싶은 나의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대통령께서 무거운 책무에 쫓기어 혹여 귀체 건강 돌보심을 아예 잊으시지는 않을까 늘 그것이 걱정됩니다.
건강에 항상 특별한 주의를 돌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남녘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습니다.
진심을 다해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녀사님께서 항상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2020년 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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