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산이 필요 없으니 여기서 끝냅시다!" "내가 뭐 모자라 팔려 가야 하나요? 이제 그만 만나요."
앞은 대구 태생에 서울의 대학을 나와 소위 '사'의 직업을 가진 젊은이가 부동산을 앞세운 대구의 예비 신부 어머니가 제시한 '집 선물' 등 발언과 돈 자랑에 실망해 만나던 여성과 헤어진 사연이다. 뒤는 대구 출신으로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여성이 역시 '사' 직업인 서울의 예비 신랑 어머니가 내건 '집 한 채' 등 조건에 사귀던 남성과 결별한 까닭이다.
대구에서 평범한 부모 밑에서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며 부모가 지난 길을 걷던 두 젊은 남녀는 부(富)와 재산을 중시한 미래의 두 어머니(장모, 시어머니)가 내건 조건이 자칫 결혼 생활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한 끝에 예비 배우자와 헤어졌다. 그리고 대구의 두 남녀 부모는 자녀의 당찬 결정을 존중하고 그들이 다시 만난 배우자를 맞아들였다.
대구에서 삶터를 일군 두 남녀 아버지는 최근 그들 자녀의 결혼에 얽힌 아픈 사연을 털어놓았다. 재산 제공을 미련 없이 마다하고 스스로 일어설 것을 선언한 아들과, 돈을 내세운 집안에는 결코 '팔려 갈 수 없다'면서 혼수 요구를 거절한 딸이 겪은 씁쓸한 경험에 속이 상했지만 자녀의 결정을 당당함으로 받아들이며 기꺼이 반긴 대구의 두 부모.
행복한 결혼의 삶을 이어가는 두 남녀의 행동과 부모의 자세는 자식과 부모의 처신에 대한 한 사례가 될 만하다. 특히 부모와 자식의 그릇된 사고와 행동으로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서로 부담이 되고 집안조차 어둡게 하는 일들이 흔한 오늘 세태에 비추면 대구의 두 남녀와 부모 이야기는 돋보인다.
최근 재산 문제로 형제 간 분쟁을 벌인 전직 대통령 아들 사례나, 자녀 문제로 곤욕인 어느 장관과 사법 처리된 전직 장관의 경우에 비춰 대구 두 남녀의 떳떳한 몸짓은 빛날 만하다. 논란의 두 전·현직 장관은 관료로서 성공을 거뒀겠지만 그들 부모에게는 되레 누를 끼친 것이나 다름없으니 안타깝기도 하다.
전직 대통령과 두 전·현직 장관 집안의 분란이 한창인 즈음에 들은 대구 두 남녀가 쓴 당당한 인생 이력서가 아름답다. 두 자녀로 인해 부모까지 당당하니 이는 자신의 출세로 부모를 드러낸다는 옛날 효(孝)의 가치보다 차라리 낫다면 지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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