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대구는 꿈이 있는 도시다 -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입력 2020-09-23 14:15:59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서성희 대구영상미디어센터장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특정 집단을 비하하고 공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양상에 따라 중국인, 신천지, 대구, 성소수자 등 특정 집단을 원인 제공자로 낙인찍고 혐오 표현을 쏟아냈다. 한 유명 인사는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익명에 기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구 혐오와 비하, 멸시 발언의 수위가 더욱 노골적이었다. 올해 1월에서 5월 사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구 지역 혐오 발언은 5만 9천108건으로 확인된다.

세계적인 감염이라는 재난 상황을 특정 집단에 책임을 떠넘기고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건 옳지 않은 행동이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부모라도 다른 사람이 욕하면 싫은 법이다. 듣는 자식에게 엄청난 상처가 된다.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한 사람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기엔 대구 시민은 당시 의연하게 잘 대처했고, 스스로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태도를 정리할 필요는 있다.

먼저 혐오 발언을 한 타인에게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온라인 혐오 표현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고 혐오 표현을 근절하기 위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혐오 표현이 옳지 않다는 지적이나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새로운 프레임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대구를 향한 혐오 표현을 '힘내라 대구·경북 캠페인'이나 '덕분에 캠페인'으로 전환해서 혐오의 흐름이 많이 약화되었다.

다른 하나는 타인보다 자기를 점검하는 시기로 삼는 태도이다. 위기가 왔을 때 잘 극복하는 비결은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비난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에 집중할 때 해결 가능하다. 자신을 비난할 필요도 자책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그 시점부터 나는 대구가 어떤 도시이고 어떤 도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적기 시작했다. 12주를 연속해서 적다 보니 내가 바라는 대구가 보였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생각은 물리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생각은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자라게 한다.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이미 누군가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대구 시민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인지 어떤 도시가 되면 건강한 도시가 될지 깊이 생각해보자.

'꿈은 이루어진다.' 도시에 대한 내 꿈을 글로 적으니 목표가 되었다. 작은 목표 중 한두 개는 이미 이루어지기도 했다. 더 큰 목표라면 잘게 나누어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하나씩 실행해 나간다면 대구라는 건강하고 멋진 도시에서 행복하게 사는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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