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제조업 2세 경영인이 뭉쳤다 - 차세대 리더스 클럽

입력 2020-09-23 14:26:02 수정 2020-09-23 15:55:02

'사단법인 차세대 리더스 클럽'은 대구경북 제조기업 2세 경영인들로 구성된 단체다. 회원들이 회원사인 삼성텍을 방문해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차세대 리더스 클럽 제공.

제조업은 산업의 근간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제조업 인(人)'이라는 사명감을 물려받고 생산 현장에서 활동 중인 대구경북 제조기업 2세 경영인들을 만났다. 올해 설립 13년차를 맞은 사단법인 '차세대 리더스 클럽'(일명 '차리클'·이하 차세대 클럽) 얘기다.

◆대구경북 제조기업 2세 경영인들이 뭉쳤다
"지역 산업의 정통을 잇는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차세대 클럽은 2008년 대구경북 제조기업의 2세 경영인들로 설립됐다. 중소기업 '가업승계'가 산업계 이슈로 떠오르면서 관련 정보와 기업간 교류 필요성이 절실해지자, 당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주선으로 탄생했다. 23개사 모임으로 시작한 차세대 클럽은 10여년만인 올해 회원사가 72개로 늘었고 사단법인을 출범시키며 한단계 더 도약했다.
서창욱(45) 차세대 클럽 회장(영진화학(주) 대표)는 "사단법인으로서 더욱 짜임새 있는 활동과 프로그램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회원사들은 자동차부품, 기계가공, 화학, 섬유, 철강, 건설, 식품 등 같은 제조업 내에서도 분야가 다양하다. 생산 현장도 대구 성서·이현·달성·3공단을 비롯해 포항, 군위, 왜관, 김천, 경산 등 경북 곳곳에 포진해 있다.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 회원들은 서로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책도 나누는 '형제'같은 사이가 됐다. 특히 '공장(Factory)'을 운영하는 제조업 경영인으로서의 자긍심과 도전정신도 공통점이다.
남들은 '금수저'라 부러워할법하지만, 처음에 그들이 마주한 중소기업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아버지 회사에 와보니 좀 과장해서 빚밖에 없더군요. 제 월급은 대기업 다닐 때보다 반으로 줄었고요. 그동안 어떻게 공장을 꾸려오셨나 싶었습니다. 존경스런 마음이 절로 들더군요."
중소기업 현실은 녹록치 않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에 긴 장마까지 겹쳐 심각한 경영 위기가 우려된다. 장율(46) 율성건설(주) 대표이사는 "산업 전반에 활력이 떨어지니 자금회전은 떨어지고 마진은 줄어 제조업계 어려움이 크다"며 "힘들 때일수록 회원들끼리 서로 돕고 고민을 나눈다"고 했다.

가업승계는 2세 경영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과제다. 세금 부담이 너무 커서다. 현재 가업상속 공제제도의 공제요건이나 사후관리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기업을 매각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이런 사정 때문에 공제대상 최소 가업 경영기간 단축(10년 → 5년), 자사처분 및 고용유지 의무사항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달 10일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

임용택(37) (주)삼성텍 대표이사는 "가업승계 준비가 완벽하게 된 중소기업은 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차리클 회원들은 폐업도 하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다. 자부심이 남다르고 서로 버팀목이 되어서일 것"이라고 했다.

◆경영 노하우와 애로, 함께 나눠요
차세대 클럽은 매달 월례회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경영 노하우를 나눈다. 분기에 한번씩 회원 업체를 견학하거나 중소기업 유관기관을 찾아 미팅을 갖고 교육 기회도 갖는다. 최근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회원사들이 각자 특기를 발휘해 제품을 뚝딱 만들어낸 적도 있다.

특히 '혁신'은 2세 경영인들의 목표다. 임 대표이사는 "저희도 자동차부품회사로만 머물러왔지만 다양한 철강소재에 도전하고 있다. 자체 연구소를 운영해 올해 20억원 투자까지 받았다"며 "토탈 자동차 정비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는데, 창업주 때 보다 사업의 스펙트럼을 더 넓히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그는 대구시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대구창업지원포털(DASH)에서 인기 멘토로도 활동 중이다.

차세대 클럽은 사단법인 출법을 맞아 '앱' 을 제작·활용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안전진흥공단 등과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산업안전 세미나, R&D설명회 등을 통해 2세 경영인들의 역량을 기르고 관계기관 위탁사업도 추진해 볼 예정이다.

차세대 클럽 회원들의 경영 경험은 가장 큰 자산이다. 김진철(40) 한미철강주식회사 이사는 "회원들이 공장 이전, 신축에서부터 세무, 노무, R&D 등에 이르기까지 산 경험들이 많다보니 다양한 조언들을 주고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서창욱 차세대 클럽 회장은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따르면서 회사 부가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지역 경제 발전과 젊은 동료 경영인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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