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에는 영토가 프랑스만 한데도 지도에 안 보이는 나라가 있다. 영국 배우 주디 덴치가 이 나라의 여왕이고 미국 프로 레슬러 출신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이 국방부 장관을 맡고 있다. 국민들로는 1호 명예시민권자인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영화배우 크리스 햄스워스, 마크 러팔로 등 유명 인사들이 즐비하다. 공식 화폐도 있고 국민이 되면 여권도 발급해준다.
이 나라의 이름은 'The Trash Isle'(쓰레기섬)이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된 각종 쓰레기들이 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한곳에 모여 형성된 쓰레기 부유 지대다. 1조8천억 개, 8만7천t에 이르는 부유성 쓰레기들이 떠 있다고 한다. 바다 쓰레기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해양생물을 거쳐 최상위 포식자인 사람의 몸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문제가 심각한데도 각국 정부가 이를 외면하자 2018년 한 환경단체 주도로 이곳을 공식 국가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쓰레기섬이 UN 회원국이 되면 이곳에 대한 지구적 관심을 더 환기시킬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78억 인류가 지금처럼 흥청망청 써대고 마구 버린다면 2050년 바다에는 해양생물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는 쓰레기섬 공식 사이트의 경고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요즘 지구촌은 기후 재앙과 전염병으로 연일 경보음을 내고 있다. 태풍,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하면 역대급이다. 환경 파괴가 낳은 불청객일 수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자원 순환 소비형 삶의 시급성을 일깨우고 있지만 정작 인간의 대처는 환경 파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언택트형 소비 문화로 일회용 쓰레기 사용이 걷잡을 수 없이 느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마저 예고하고 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마스크가 바다로 유입돼 해파리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지금과 같은 일회용품 남용은 문제가 있다. 이러다가는 태평양의 쓰레기섬 면적이 웬만한 대륙 크기만 해질 날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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