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사과·복숭아·인삼 등 주산지 북상…바나나·멜론 등이 대체작물
농가들 기후 변화 대책 찾기에 부심
기후 변화로 경북 작물의 주산지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열대지역에서 재배되던 바나나, 멜론, 한라봉 등은 경북에서 재배면적이 넓어지고 있고, 사과·포도·복숭아·인삼 등은 점점 재배지역이 북상 중이다.
◆기온 상승→주산지 북상
영천시는 대표 과수 품목이 가을과일인 사과에서 포도·복숭아 등 여름과일로 바뀌었다. 1990년대 전국적 명성을 떨친 사과 재배면적은 2002년 972ha에서 지난해 670ha로 300여ha 감소했다. 일교차가 큰 화북·자양면 일원을 제외한 대다수 사과 농가는 포도·복숭아 등으로 품목을 교체하거나 폐원했다.
같은 기간 복숭아 재배면적은 1천999ha에서 2천128ha로 늘었다. 포도는 3천800여 농가에서 연간 3만4천여t을 생산, 전국 최대 주산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최근에는 고품질 신품종인 샤인머스캣 보급 확대로 재배면적이 더 늘고 있다.
영주시의 인삼, 사과도 재배지가 봉화군으로 이동하고 있다. 봉화 인삼재배지는 2015년 319ha에서 지난해 477ha로 늘었다. 사과 역시 2015년 1천800ha에서 올해 2천240ha로 증가 추세다.
복숭아는 과거 대표적 주산지였던 청도, 경산 등에서 충청도, 경기도로 재배지가 확장되고 있다. 사과 농가가 많은 충주와 음성, 조치원, 장호원 등에서 복숭아 농가가 늘고 있다.
우인덕 봉화군농업기술센터 과수팀장은 "기후 변화로 재배지가 북쪽으로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동하지 않으면 피해는 작물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작물 모양과 색이 변하고 저장성도 떨어져 가치를 잃는다"고 했다.
◆기후 변화 대책 찾기 부심
변화하는 재배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청도군은 봄철 냉해와 길어진 장마, 증가한 병해충 등 기후 변화에 맞춘 품종 개발과 배수·통풍·시비법 연구에 힘쓰고 있다. 지금 호평받는 품종이라도 향후 기후 변화에 견딜 수 있는 품종을 선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청도군 관계자는 "기후가 달라진다고 무조건 작물을 바꿀 순 없다. 기존 작물이 변화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대응하는 게 우선"이라며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하려면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송군도 이상기후 대응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청송군은 FTA 기금으로 품종을 갱신하고 관수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각종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또 '과수 인공수분용 꽃가루생산단지'를 가동, 수입에 의존했던 사과 수분용 꽃가루를 국산화하는 데 애쓰고 있다.
인삼, 사과의 재배지 북상으로 영주지역 재배작물은 다양해졌다. 포도 99농가 46ha, 복숭아 290농가 182ha, 자두 179농가 87ha, 블루베리 8농가 3ha, 아로니아 12농가 5ha, 체리 4농가 3ha 등 예전에 보지 못한 작물들이 재배되고 있다. 영주시는 기후 변화에 적응력이 강한 의료용 대마 재배도 검토하고 있다.
기온 상승, 병해충 등에 강한 신품종 개발 사례도 돋보인다. 영천시는 2017년부터 국산 신품종 미니사과 '루비에스(Ruby-S)'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100여 농가에서 30ha 이상 재배한다.
무게 70~80g의 탁구공 만한 크기의 루비에스는 8월 말부터 수확한다. 맛이 좋고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어 최근 과일 소비 트렌드에 적합한 품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천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후 변화에 대응해 우리 지역에서 재배 가능한 아열대 과수 및 신품종 발굴, 재배기술 지도에 노력할 것"이라며 "올해부터 사업비 2억여원을 들여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 운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봉화군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기후 변화에 대응할 새 소득작물로 야생 차나무 시범재배에 나서 눈길을 끈다. 수목원 전시사업부가 지난해 7월 명호·소천·춘양면에 시범포를 조성, 야생 차나무 5품종을 재배한 결과 1년간 모두 생존했다.
수목원은 지역 농가와의 협력·지원사업을 통해 지난해 11월 차나무 '다산' 품종보호권을 출원했고, 2개의 품종보호권 출원을 준비 중이다. 수목원 측은 "앞으로 수년간 시범재배를 거쳐 구별성, 균일성, 안정성이 확보되면 농가에 신소득작목으로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열대 작물 경북에 떴다
기온 상승으로 아열대 작물 재배에 도전하는 경북 농가는 점점 늘고 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에선 아열대 과수재배 적합성이 높다는 분석에 따라 바나나, 한라봉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0.5ha가량 비닐하우스에 바나나 400그루, 한라봉 500그루가 자란다.
제주도에서 이들 품목을 재배했던 포항 출신 농업인이 과수 재배에 참여했다. 경북농업기술원 공모사업, FTA 피해대책 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이 도전은 올해 첫 수확을 목전에 두고 있다. 19℃를 최저기준으로 난방하며 재배한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등 현재 순조로운 착과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포항시 설명이다.
지난 3월 포항 북구 기계면 내단리 한 농가는 560여㎡ 규모 비닐하우스에 커피나무 600그루를 심어 화제를 모았다. 포항시 관계자는 "동해 남부지역의 따뜻한 기후를 활용하면 아열대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며 "바나나는 20a당 5천200만원, 한라봉은 10a당 700만원의 소득 창출이 기대된다. 이는 쌀농사의 40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안동시에서도 아열대 작물이 새로운 소득원으로 떠올랐다. 바나나, 파파야, 애플망고, 비트, 멜론 등이 출하되고 있다. 이는 기온 상승은 물론 재배시설 첨단화에 따른 성과로 풀이된다.
그간 국내에서 멜론은 경남 진주 등에서 재배됐지만 점차 북상해 안동에서도 최근 매년 1천500t 이상 생산된다. 안동 멜론 농가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서 대만과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안동 풍천면에서 멜론 농사를 짓는 김수희(67) 씨는 "사과, 콩은 기온 상승으로 화상병을 입어 상품가치가 없어진다. 반면 멜론은 수분이 빠져 당도가 높아진다. 쏠쏠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고 했다.

영천에서도 아열대 과수 재배 농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금호읍 윤경식 씨는 시설하우스 재배를 통해 제주도의 대표적 과일인 한라봉 출하에 성공한 바 있다. 지금은 6농가에서 레드향·천혜향 등 아열대 과수를 1.7ha 재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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