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 37번 언급한 文…불공정한 나라로 추락했다는 방증

입력 2020-09-21 06:30: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를 강조했다. 대통령의 철석같은 약속에 국민은 기대를 걸었다. 3년 반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평등·공정·정의로운 나라가 됐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특혜 논란을 보면서 국민의 분노지수가 치솟았다. 문 대통령 약속과는 반대로 불평등·불공정·불의가 횡행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사에서 '공정'을 37번 언급했다. 이렇게 공정을 많이 거론한 것은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 본인이 불공정을 절감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불공정하다는 청년들의 분노를 듣는다"며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 같은 불공정의 사례들을 본다"고 했다. 추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의 정규직 전환 논란 등 청년층에서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 이슈에 대한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이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인국공 사태'에 에둘러 입장을 표명했을 뿐 문 대통령은 '추미애 사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공정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공정에 대해 더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직접 언급 않았지만 인국공 사태에 '성찰'이란 말로 사과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 아들 군 특혜 논란엔 침묵한 채 맥락에 맞지 않게 "병역 비리를 근절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청년들과 함께하고자 했고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층은 물론 국민이 대통령 말에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다. 부모 덕 본 자녀 얘기로 나라가 2년째 혼란을 겪고 있다. 불공정 자체도 문제이거니와 검찰, 국방부, 권익위 등 국가기관마저 불공정에 가세하고 있다. 이에 대한 언급 없이 공정만 강조한 문 대통령을 두고 딴 세상에 산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공정을 앞세운 정권에서 불공정이 판을 치는 이 기막힌 사태, 문 대통령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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