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장을 잡(JOB)아라 "TV만 보면 멍멍~ 사회성이 부족하네요"
TV 전원 버튼을 누르기가 무섭게 말티즈 두 마리가 왕왕 짖는다. 목청 대결이라도 하듯 매섭게 짖어대는 녀석들 성화에 주인 김 모 씨는 오늘도 리모컨을 내려놓는다. 소리가 문제인가 싶어 음소거 시청도 해보고, 큰 화면이 위압감을 주나 싶어 작은 인치로 바꿔도 봤다. 하지만 도통 소용이 없다. 나날이 거세지는 울음소리에 TV 보는 즐거움은 잊은지 오래. 층간 소음 민원만 늘어 이웃 주민 사이 죄인이 됐다.
◆근본적 원인 파악하고 해결책 제시
"네? 사회성 부족이요?" TV만 보면 짖는 강아지에게 내려진 처방은 사회성 형성 훈련. TV에서만 원인을 찾던 보호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실제 반려견이 어떤 문제 행동을 보이면 보호자는 그 틀 안에서만 원인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당신의 반려견이 문제 행동을 심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을 분석하고 통제하는 것이 바로 반려동물 행동교정사 허정빈 씨의 일이다.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말 그대로 반려동물의 그릇된 행동이나 문제점을 교정하는 일을 담당한다. 사람에게 계속 짖거나 아무 곳에서 배설을 하는 행동, 주인과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불안감을 드러내는 불안장애 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걸맞은 해결책을 제시해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말티즈 형제가 보고 짖는 건 TV가 아니라 TV 속에 등장하는 강아지였어요. 산책을 나가서도 다른 강아지만 보면 짖더라고요. 그래서 사회성 부족을 의심해봤죠" 원인을 알자 일사천리로 풀리는 문제행동. 말티즈 형제에게는 다른 강아지와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적용됐다. 성향이 잘 맞는 아이를 만나게 해 좋은 기억을 심어 주는 것이다. 보호자에게 교정 방법을 전수하고 돌아온 지 이틀 째. 정빈 씨 카톡에 장문의 감사 인사가 전송됐다. 맘 놓고 TV를 보게 됐다는 보호자의 머쓱한 인삿말에는 말티즈 형제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TV를 보고있는 사진이 덧붙여 있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입질(무는 행동)이 심하다는 의뢰를 받고 방문 훈련을 갔더니 입질이 문제가 됐던 여느 반려견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이것저것 의심해 보다 찾은 원인은 구강질환. 아픈 곳이 있다는 것을 무는 행동으로 분출시킨 것이다. 아픈 줄 모르고 무는 행동만 계속 교정하려 했다면 이 강아지는 어떻게 됐을까.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할 때는 전문가에게 곧바로 도움을 요청하세요" 정빈 씨는 말한다.
◆다양한 경험으로 해결법 데이터 구축
5남매를 키워내신 할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첫째, 둘째, 셋째, 넷째까지 키우다보면 막내를 키울 때는 척하면 척이었다고. 얼굴만 찌푸려도 기저귀를 갈고, 울기도 전에 젖병을 물렸다고 한다. "내새끼 키운다는 마음으로 일 하다 보니, 벌써 수백번째 자식을 키우고 있네요" 오늘로 수백번 째 자식을 교육시킨다는 정빈 씨가 으르렁 대는 푸들의 눈을 응시하고 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걸까. 정빈 씨도 육아 고수, 아니 육견 고수가 된 걸까.
대부분의 반려견은 문제행동 유형이 비슷하고 또 생기는 원인도 비슷하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례를 접해보느냐가 관건이다. 그렇다고 같은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분리 불안, 입질, 짖음 등 반려견의 문제 행동 유형이 대체로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외에도 정말 특이한 문제를 가진 강아지들은 계속해서 나타난다. 제 밥그릇 지키는 강아지부터, 제 똥을 사료처럼 먹는 강아지까지. 매뉴얼은 없다.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진 강아지를 만나고 또 만나며 해결법 데이터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동물의 문제를 콕 찝어내는 정빈 씨는 9년 째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제가 생각한 틀 안에서만 문제 행동이 발현될 수는 없잖아요. 이 일에 정답은 없는것 같아요. 그냥 많이 부딪혀 봐야죠" 고교시절부터 꿈을 키워온 정빈 씨는 대학도 동물관리과로 진학했다. 경험에는 왕도 없다는 생각으로 군대도 강아지 관련 보직으로 지원했고, 경찰특공대 경찰견 핸들러라는 특기병으로 군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반려동물 행동 교정사를 업으로 삼은지 9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정빈 씨는 요즘들어 부쩍 회의감을 느낀다고 한다. 1년 짜리 엉터리 자격증을 발급받아 활동하는 교정사들의 엉터리 교육법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훈련사에 반려견을 맡겼다가 문제가 더 심해져 저를 다시 찾아오는 보호자들이 너무 많아요. 하루 이틀이면 끝날 문제였는데 잘못된 교육법으로 문제가 더 심해져 오는거죠" 사설 업체에서 찍어내듯 받은 자격증을 들고 활동하는 교정사들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반려견과 반려인 몫으로 안겨진다. 반려동물 행동 교정사는 현재 국가자격증도 아니고 이렇다 할 과정도 없기 때문에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많지 않다. 교정사들의 후기나 교정 된 동영상을 살펴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반려견의 일생, 결국 반려인이 좌우
베태랑 정빈 씨에게도 넘지 못하는 산은 있다. 어떤 것도 먹지 않고, 의욕 자체가 없는 강아지를 만나게 될 때다. 맛있는 간식은 강아지가 훈련을 재미있는 것,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다. 즉 식욕도, 의욕도 없는 강아지에겐 훈련을 진행하게 할 동기부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강아지에게는 어떤 교육도 적용될 수 없다. 100마리 중 1마리 꼴로 그런 강아지를 접할 때면 정빈 씨는 마음이 착잡해진다. "개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하고, 내버려둔 반려인의 책임이죠"
물론 선천적 기질과 성향의 문제를 가진 반려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견은 보호자의 잘못된 양육법에서 탄생한다. "제가 사는 환경으로 데리고 오면 해결할 수 있는데, 결국 강아지는 보호자들과 함께 살잖아요. 보호자가 가능한 교육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 고민이 많아요" 강아지가 먹는 사료나 산책 코스, 심지어 미용 스타일까지 사실 사람이 정한 것이다. 결국 강아지의 행동은 함께 사는 사람들로부터 온다. 가족들이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면? 그 강아지는 정말 큰일났다.
"10살 노령견 푸들을 만났을 때 들었던 생각이죠. 정말 큰일났구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호자인 노령견 푸들은 베란다 울타리 안에 갇혀 지내며 10년 간 산책 한 번 못 나갔다. 친척의 의뢰로 방문한 집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똥 오줌 못가리는 것은 기본, 사람과의 관계 구축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다. 1~2회 방문 교육만으로는 도저히 무리겠다 싶어 센터에 데려와 4개월 정도 교육을 시켰다. 배변부터 산책, 예절 훈련까지. 싹 다 고쳐놓고 나니 또 다른 걱정이 이어졌다. 주인에게 돌아간다 한들 다시 울타리에 갇힐게 뻔하다. 그렇게 되면 교육을 받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닌가. 정빈 씨는 고민 끝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설득하기로 마음 먹었고, 결국 푸들은 다른 집으로 입양 될 수 있었다. "결국 사람이 변해야 동물도 변할 수 있어요. 문제행동을 하는 반려견을 꾸짖기 전에 보호자 제 자신을 되돌아 보는게 먼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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