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미애 부부 민원 녹취 파일, 국방부는 왜 모른 척했나

입력 2020-09-17 06:30:00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부가 아들 서모 씨의 휴가 연장 청탁 전화를 한 혐의를 입증할 핵심 단서인 녹취 파일이 군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15일 국방부 압수수색에서 국방부 민원실 녹취 파일 1천여 개를 확보했는데 이 중에는 서 씨의 1차 병가가 끝나는 6월 14일 추 장관 부부 중 한 사람이 서 씨의 휴가 연장을 위해 국방부에 전화로 문의한 녹취 파일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또 군 고위 관계자도 검찰의 압수수색 당일 "서 씨의 휴가 연장을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 문의한 녹취 파일이 국방부 내 국방전산정보원 메인 서버에 저장돼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군은 그동안 민원인과의 통화 내용은 3년 동안 보관한 뒤 폐기하도록 돼 있는데 이에 따라 추 장관 부부 중 한 사람의 음성이 담긴 녹취 파일도 보존 연한 만료에 따라 올해 6월 자동 삭제됐다고 설명해왔다.

결국 추 장관 부부의 청탁 녹취 파일은 국방부 민원실 저장 장치에서는 폐기됐지만 군 중앙 서버에는 남아 있다는 사실을 국방부는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중앙 서버에 녹취 파일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일절 함구해 왔다.

이는 국방부가 녹취 파일의 존재를 숨기려 했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게 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행태는 이런 의심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정 장관은 국방부 관계자가 문제의 녹취 파일이 보존 연한이 지나 파기했다는 언론 보도와 군 안팎의 관측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녹취 파일의 파기를 기정사실로 굳히려는 의도적 침묵이라고밖에는 설명이 어렵다.

14일 정 장관은 녹취 파일의 존재에 대해 왜 모르쇠로 일관했느냐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의 추궁에 "저희가 자료가 없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답변했다. 국방부 장관이라는 직위에 오물을 끼얹는 비겁하고 구차한 변명이다. '녹취 파일'의 존재 확인은 서 씨의 휴가 미복귀를 합법으로 포장하는 데 급급한 국방부의 행태와 맞물려 국방부가 또 무엇을 숨기고 있느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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