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황제 휴가' 의혹에 침묵으로 일관해 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게 참으로 기묘하다. "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면서도 무엇이 송구한지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사퇴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
추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아들의 휴가 의혹에 대한 부인으로 일관했다. "(아들이 2017년 당시) 병원에서 수술 후 3개월 이상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지만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부대로 들어갔다"며 "이것이 전부"이고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아들의 휴가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사과할 이유가 전혀 없다. 추 장관의 말 대로라면 아들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휴가 탈영'을 한 것으로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는 것이 된다. 추 장관은 국민에게 사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 자신과 아들에게 사과하라고 해야 하지 않나?
아들 휴가에 문제가 없다면 증빙 자료를 공개하면 된다. 그러나 군의관 의견서, 병원진단서, 휴가명령서 등 '문제없음'을 입증할 자료는 하나도 없다. 아들이 '무단 휴가'를 했거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폐기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우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추 장관은 그동안 침묵한 것은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기가 막히는 자기합리화다. 아들 문제를 수사하던 검사의 사표를 받거나 한직으로 쫓아버리고, 아들 수사를 방해한 검사를 아들 수사 책임자로 앉히는 등 수사에 영향을, 그것도 아들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영향을 준 게 바로 추 장관 아닌가.
추 장관은 "불법이 있었는지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니다. 당장 사퇴해야 한다. 아들은 물론 자신도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퇴한다는 말은 없다. 수사를 뭉개겠다는 것으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