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심상업지역 주상복합 찬반 '팽팽'
"구도심 재생·건설 경기 활기" vs "상가·사무실 위주로 채워야"
방치되는 땅 주택 공급, 지역 건설업계 일감 확보, 市 도시계획 개정안 반발
주거시설만 잔뜩 있으면 대규모 베드타운 될 우려…땅값 상승 부추겨
대구시내 중심상업지역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주거시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린다.
주택과 건설업계는 태부족한 업무시설 수요와 건설 경기 활성화, 낙후한 구도심의 재생 등을 이유로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구시와 일부 전문가들은 도시의 활기 저하와 정주여건 악화, 비정상적인 지가 상승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찬성 "토지 효용 높고 건설경기 견인"
건설업계는 중심상업지역에 주상복합 아파트 등 주택을 지어야만 대구의 토지 효용을 높이고 주택 수요와 건설경기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구에선 중심상업지역에 입점하려는 상점·사무실이 충분치 않으며, 이로 인해 방치되는 땅에 고층 주택을 공급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중심상업지역 상가에 높은 임차료를 내고 입점할 만한 고부가가치 업종이 흔치 않다고 주장했다.
A시행사 관계자는 "수도권에선 IT업종 등 스타트업이나 업계에 안착한 소규모 기업들이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중심상업지역 등 교통 요충지 사무실에 입주한 뒤 업무와 고객 응대를 한다. 수익이 오르면 더 나은 곳을 찾아 옮기는 일도 잦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에선 제조업을 제외하면 탄탄한 기업이 흔치 않아 도심 사무실 입주 수요가 많이 없다. 범어네거리, 황금네거리, 동대구역네거리, 두류네거리 등 주요 요충지에서 업무·영업할 수 있는 것은 은행 점포와 병원뿐"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주택 건설 사업을 벌일 택지가 부족한 탓에 중심상업지역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역외로 나서기에는 지역 업체 경쟁력이 충분치 않고, 지역 내에서는 택지가 고갈돼 관련 건설업계가 신규 일감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요즘은 LH가 대구에서 벌이는 택지 분양에 타지역 건설사가 대거 뛰어드는 데다 남은 택지도 연호지구를 제외하면 거의 없어 추첨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재건축·재개발 역시 기존 주민들이 대기업 건설사 브랜드를 선호하는 탓에 지역 건설사가 설 자리는 갈 수록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택 건설 일감이 줄면 시행·건설사는 말할 것도 없고 설계용역사, 교통영향평가 용역사, 건축자재 제조사 등도 잇따라 타격을 입는다. 그나마 중심상업지역 주상복합 건축이 불황인 건설 경기를 견인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는 대구시가 추진 중인 상업지역 용도용적제 관련 조례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주택 공급 과잉을 막으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건설업계가 중심상업지역 내 주택 건축을 멈추면 자칫 해당 지역이 죽은 도심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
C시행사 관계자는 "서울도 아니고 상가·사무실로만 고층 빌딩을 가득 채우면 입주할 상인·기업과 방문객이 얼마나 있겠나. 그나마 부가가치가 높은 복합 병원 건물을 지으려다가 비싼 땅값에 포기한 병원장도 숱하게 봤다"며 "이미 오른 땅값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는 한 쓸모없는 땅이 돼 아예 아무 건물도 짓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심상업지역에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이 많은 대구 중구 주민들도 조례 개정안에 대해 '결사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구주민자치위 관계자들은 10일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를 방문해 조례안 개정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조례 개정안은 도심 재개발과 도시 발전에 역행하고, 대구의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혼란을 야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중심상업지역 내 주상복합 주택 신축을 억제했을 때 오히려 부동산 가격 급등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한 시민은 "역세권 주상복합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들이 이미 지은 주상복합 주택에 이사하기 위해 경쟁하면 해당 단지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 오히려 다양한 가격대, 규모의 주상복합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상가·사무실 위주 도시 활력 키워야"
중심상업지역 주거시설 과밀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도시 활력 저하'의 측면을 깊이 우려했다. 중심상업지역에는 고밀도 업무·상업시설이 생겨 지역 안팎 인구를 도심으로 유인하는 핵심 활력소 역할을 해야 함에도, 주거시설만 잔뜩 들어서며 도시 전체가 활기를 잃고 주거촌만 늘어나는 '대규모 베드타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정인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업무나 상업용 건물 수요가 없다는 게 대구 경제의 현주소다. 고층 건물 대다수가 주거용이고 상업·업무 시설은 신축하지 않는 기형적인 형태로 도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도시계획적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수요가 적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애초 용도지역을 지정하는 목적 자체가 도시 전체적인 기능을 고려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은 수요에도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좁고 번화한 상업지역에 높은 용적률의 고밀도 아파트단지가 늘어나면 교육과 교통 등 정주 여건이 전반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업지역은 주거지역과 달리 일조권·조망권 등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섰거나 건설이 막 시작된 지역 대부분은 기존 주민·상인들과 상당한 갈등을 빚고 있다.
중심상업지역의 아파트 개발이 전반적인 지가 상승을 불러일으킨다는 목소리도 있다. 건설 시행사들이 공사 기간을 줄이고자 높은 용적률을 활용, 토지 매입 단계부터 실거래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땅을 매입하고서 이를 분양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고자 대구시는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준비, 상업지역의 과도한 주거지역화 방지에 나섰다. 주택 연면적비에 따라 용적률을 차등 적용하던 기존 조례와 달리 중심상업지구의 최대 용적률을 1천300%로 고정하되, 주거용 시설의 비율은 400%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오피스텔을 비주거용 시설로 분류, 주택 연면적비를 낮추던 방식을 차단하고자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분류하는 내용도 담았다.
대구시는 비정상적으로 높던 중심상업지역 주택 건설사업의 수익성을 대폭 낮춰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상업지역에 주거시설이 계속 들어서면 도시를 움직이는 핵심인 업무 기능이 유명무실해지면서 불균형이 일어난다는 우려가 크다"면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 수익성 좋은 상업지역에만 개발이 이뤄지고, 수익성이 높지 않은 주거지역 재건축·재개발 현장은 슬럼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의 조례 개정 방침을 두고 '한발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는 2017년, 광주시는 지난해 비슷한 방식으로 조례를 개정한 데 비해 대구는 이미 수많은 건설 사업이 시작된 뒤에야 조례를 개정, 자칫 이미 상업지역에 들어서 있는 아파트의 희소가치만 더 높일 수 있다는 것.
서정인 교수는 "이미 매우 망가진 형태로 도시개발이 이뤄졌는데, 지금 와서 조례를 개정해도 급진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용도지역을 지정하는 부분을 더 입체적으로 분석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번 조례 개정은 자칫 땜질 처방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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