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도 인부에 맡겨…전통시장·하회마을도 '썰렁' 우려
예년 수십명 모여서 지내다가 인근 후손들끼리만 조용하게
유교 문화가 뿌리 깊은 대구경북에서 올해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추석 풍속도가 예상된다. 수십 명이 모여 지내던 종가 차례상마저 규모가 크게 축소돼 조용한 한가위가 될 전망이다.
경북 안동시 서후면 금계리 의성김씨 학봉 종택의 김종길 종손은 "예년에는 50~100명의 문중 어른과 후손이 종택을 찾아 제사를 지냈지만 올해는 규모를 줄여야 할 것 같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회마을 내 종갓집들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손인 류창해 씨는 "지난달 서애 선생의 아버님 제사도 먼 곳에 사는 사람은 오지 말라고 하고 인근에 사는 후손들만 참석해 지냈다"며 "추석 차례도 안동에 있는 사람들끼리 지낼 것 같다"고 했다.
권상주 안동권씨 대구종친회 사무국장은 "능동재사(陵洞齋舍)에서 매년 여는 큰 행사인 추향제도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고, 경주 최씨 다천공파 32세손 최호영 씨는 "추석 차례는 10명가량만 모이는 소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벌초 역시 축소하는 분위기다.
성주군 월항면 전주이씨 우제 종중은 매년 40여 명이 모여 합동으로 벌초를 했으나 올해는 인부를 사서 하기로 했다. 칠곡군 왜관읍 광주이씨 귀암종택은 선산이 칠곡, 성주, 고령, 영천에 걸쳐 있는 만큼 추석 전에 인부를 동원해 벌초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귀성객들로 붐벼야 할 시골마을은 올해만큼은 코로나19로 인해 비교적 조용한 날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사는 김효철(31) 씨는 고향인 예천군에 가지 않기로 했다. 김 씨는 "추석에 부모님을 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고향 방문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예천읍 한 주민은 "타지에 사는 자식들이 너무 보고 싶지만 그들이 오는 것만으로도 이웃에 눈치가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추석 특수를 기대해온 전통시장 분위기는 암울하다.
예천 전통시장 한 상인은 "귀성객들이 오면 고향 농·특산물을 많이 구매해 가는데 올해는 귀성객 방문 자체가 줄어들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명절이면 북적이던 관광지도 썰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회마을에선 예년처럼 세시풍속 민속놀이 한마당이 열릴 예정이지만 관광객 체험방식이 아닌 전통혼례 등을 재현해 보여주는 행사로 축소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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