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바탕의 화면에 가로로 쓴 '고맙습니다'는 문장이 마치 바람을 타고 흩날리듯 쓰여 있다. 그것도 거의 정자체로 말이다. 문득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거리에 있는 TH갤러리에서 화가 정민제의 개인전 '전지적 자아시점'전이 열리고 있다. '전지적'이란 말은 문학에서 작가가 모든 걸 안다는 조건하에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는 뜻이다.
일단 남인숙의 평론에 따르면 정민제는 자신으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관계, 그리고 자신으로 수렴되는 모든 관계를 반추하며 관계를 요약할만한 언어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고맙습니다'는 말은 작가가 주어진 삶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외치는 언어일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특히 최근에 사용하고 있는 수세미 등은 가사와 가정, 사회적 삶에 얽힌 여성 주체들의 삶에서 떼어낸 그녀들의 대체물이다. 수세미에 말을 새긴 '수세미 바느질'은 우리 일상에서 반복되는 모두의 독백들이다. 작가는 웅얼거리는 독백을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끝맺지 못하는 문장처럼 자신의 작품을 계열화한다. 바느질을 통한 천의 조립처럼 제각각 이미지도 되면서 계열화 방식으로 장면의 조합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민제에게 천은 삶의 환유물이며, 자투리 천에 이르기까지 천의 출처는 다양하지만 하나하나 사연이 깃든 천들의 재조합은 천이 머금고 있는 말하지 못한 것이거나 말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언어를 입히는 조형실험인 것이다. 전시는 13일(일)까지. 문의 010-370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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