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오늘 아님…'방구석 추억 여행' 급증

입력 2020-09-07 15:27:11 수정 2020-09-07 21:08:58

사진첩 꺼내 놓고 과거 사진·기록보며 우울감 극복
‘집콕’ 중 과거 해외여행 사진보며 가족·친구와 추억 여행
학알 접기 등 과거 놀이법도 소환…"자녀와 유대감 형성"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출과 여행이 제한되자, 과거 여행지 사진을 올리며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출과 여행이 제한되자, 과거 여행지 사진을 올리며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코로나19로 금지되다시피 한 외출이나 여행에 대한 갈증을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풀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 갔던 여행지에서의 사진, 편지, 기록 등을 다시금 꺼내보며 갑갑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는 것이다.

최근 젊은층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에서는 '추억소환', '오늘 아님 주의' 등의 해시태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추억소환'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업로드된 게시물이 36만6천여 개나 된다.

게시물 대부분은 과거에 갔던 해외여행 사진들이다. 글 말미에는 '집콕 중', '방구석 여행' '언택트 여행', '랜선 여행' 등을 덧붙여 현재 해외에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해외여행 사진과 함께 추억을 회상하는 글을 올린 이설화(32) 씨는 "매년 돈을 모아 휴가 때 가족, 친구들과 짧게라도 해외여행 다녀오는 게 낙이었다"며 "올해는 작년에 갔던 휴양지 사진들을 보고, 친구들과 당시의 기억을 이야기하면서 사진으로나마 기분을 달랬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들이 있는 집에서는 포장지, 색종이 등을 이용해 학알, 학종이 접기 놀이를 소환하기도 한다.

주부 김민정(35) 씨는 "아이들과 바깥 놀이를 못하는 상황에서 집에서 놀아주는 방법도 고갈됐다. 매일 같은 놀이만 해 지겨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포장지를 작게 잘라, 어릴 때 접었던 학알이나 별을 만들어 유리병에 담아줬다. 내가 어릴 적 했던 놀이를 아이와 함께하니 유대관계를 쌓는데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안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과거에 유행했던 군것질거리를 어린 자녀와 공유하는 부모들도 있다. 독자 제공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안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과거에 유행했던 군것질거리를 어린 자녀와 공유하는 부모들도 있다. 독자 제공

이밖에도 부모 세대가 학창 시절에 먹었던 추억의 과자나 군것질거리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아이와 함께 먹거나, 아이가 어렸을 때 찍어둔 여행 사진, 편지 등을 꺼내보며 과거 추억을 상기시키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과거 사진이나 기록을 찾아보면서 추억을 회상하고, 부모들이 어렸을 때 했던 놀이를 아이와 공유하는 현상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해 되돌아보는 것이 2000년대 들어 사회가 급변하면서 놓쳤던 가족, 지인 간의 유대감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옛날 사진이나 부모 세대의 놀이문화를 다시금 가져와 자녀들에게 알려주고 공유하는 것은 세대 간 문화적 유대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비단 우리 삶으로부터 무언가를 앗아가는 '상실'에 국한된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정비하고 내면을 채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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