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장마철 집중호우로 북한강 수계에 물난리가 났다. 당시 춘천 의암호에서는 시청 환경감시선과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뒤집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춘천시가 18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녹조 방지용 구조물인 인공수초섬 유실을 막기 위해 고박 작업을 하다 발생한 참사였다.
이 사고로 공무원과 경찰, 작업자 등 8명 중 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했다. 인명보다 시설물 안전을 우선순위에 둔 공직사회의 기괴한 발상이 낳은 비극이었다. 전문가들은 "댐 방류로 급류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고박 작업을 한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성토했다.
이달 3일, 9호 태풍이 몰고온 폭우로 강원도 평창군 오대천이 범람 위기에 처했다. 오대천을 가로질러 진부면 하진부리 시가지와 송정리를 잇는 150m 길이의 송정교가 급류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차량 통행이 증가하는 오전 7시 28분 무렵이다.
그런데 다리가 붕괴됐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교량 상태가 이상하다고 여긴 주민 박광진 씨가 차량 진입을 막아 화를 면한 것이다. 실제 한 승용차 운전자는 다리에 진입했다가 '멈춤' 수신호를 보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교량 상판이 무너지기 직전 어긋난 다리 위를 여러 차량이 지나는 아찔한 장면도 목격됐다.
이상한 점은 오전 7시부터 박 씨가 송정교 상태를 군청에 신고하고 이장에게도 알렸지만 20여 분이 지나도록 통행 차단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평창군 폐쇄회로 화면에 경찰 차량이나 통행 차단 시설물은 보이지 않았다. 수초섬 하나 지키려고 여러 사람이 동원됐는데 주민 목숨이 경각에 달린 교량 현장은 무방비 상태였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와 대구지하철 1호선 가스 폭발 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 등 수많은 인명 피해를 부른 참사들은 우연한 비극이 아니다. 제 소임을 다하지 않고 일 터지면 책임 미루기에 급급한 공직사회와 우리 사회의 인명 경시 풍조가 낳은 참사다. 이틀 뒤 경남 남해안에 10호 태풍 '하이선'이 상륙한다는 예보다. 또 어떤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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