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조건 '정책철회 명문화' 고수 이유는?

입력 2020-09-02 15:56:09 수정 2020-09-02 21:49:38

"2000년 의약분업 '학습효과' 때문"
당시 약사법 개정 약속 후 '개악'…건보 재정 악화로 수가도 올렸다가 인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 일동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오는 7일 하루 동안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엑스레이 촬영실 앞에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 일동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오는 7일 하루 동안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엑스레이 촬영실 앞에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의 정책 원점 재논의에 대해 전공의·전임의들은 '명문화'를 복귀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고, 정부는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와의 극한 갈등 배경엔 의약분업 협상 등 과거 경험에서 얻은 '학습효과' 때문에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전공의들이 문서화에 집착하는 것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협상 때 정부와 합의내용을 문서로 남기지 않아 번복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구두 약속이나 합의만로는 안된다는 경험이 불신(不信)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이자 대선공약이었던 '의약분업'을 밀어붙이자, 전국의 의사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저지 궐기투쟁으로 맞섰다.

보건복지부는 보험수가 9.2% 인상안을 제시하며 회유를 시도했지만 의협회원들은 정부안을 거부하고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약사법 개정을 약속했고, 의료계는 이를 믿고 파업을 철회했다.

하지만 2000년 7월 약사법 재개정은 사실상 개악으로 의료계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8월부터 9월까지 전국의사 휴진투쟁을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의협 수뇌부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의료계는 28번의 협상을 통해 정부로부터 몇가지 약속을 받아내고 그해 12월 합의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의약분업 후폭풍이 몰려왔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앞서 인상했던 수가를 다시 인하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이러한 과정을 지켜봤던 의료계의 한 인사는 "2000년 당시 파업을 접는 당근책으로 수가인상을 제안했고 의료계는 이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결국 몇년 뒤 건보재정 악화로 다 빼앗아갔다"며 "이번에도 4대정책 철회를 위한 명분을 끝까지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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