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시골 교회 '고사리손의 기적'…미술대회 수상 잇따라

입력 2020-09-02 15:13:44 수정 2020-09-02 20:12:12

청송 현동면 성광교회 '성광아트'…미술교실 1년 안돼 솜씨 쑥쑥
작년 9월부터 수업, 각종 대회 입상…출전권 땄으나 세계대회 무산되기도

경북 청송군 성광아트 소속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술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경북 청송군 성광아트 소속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술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성광아트를 이끄는 정현영 씨가 아이들이 각종 대회에서 탄 상장과 트로피를 소개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성광아트를 이끄는 정현영 씨가 아이들이 각종 대회에서 탄 상장과 트로피를 소개하고 있다. 전종훈 기자

"꺄르르." 지난달 31일 오후 청송군 현동면 성광교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회 예배당을 넘어 반겼다.

교회 입구에 들어서니 고사리손으로 그린 수십 개의 그림이 복도 벽을 수놓았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감으로 입혀진 도화지는 아이들의 재미있는 상상과 꿈, 친구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교실 벽에는 수많은 대회에서 받은 상장이 걸려 있었다. 국내 대회는 물론 '국제', '세계'라는 대회명도 눈에 들어왔다.

목회자인 남편을 따라 3년 전 이곳에 온 정현영(47) 씨는 지난해 9월부터 무료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교육 환경이 부족한 시골아이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는 "한국미술교육학회 등 여러 기관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둬 한국 대표로 세계대회 출전권을 얻기도 했는데 무산돼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정 씨는 대학에서 미술학을 전공했다. 아동미술지도사 1급 자격증까지 갖춘 덕분에 좀 더 체계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는 "될 수 있는 한 실물을 보고 다양한 색을 입히도록 도움을 줬고 개개인 능력에 따라 수업 진도도 차별화했다"고 귀띔했다.

처음에 만 5세 정도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그리 긴 시간이 투자되지 않았다. 10분만 지나도 딴짓을 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이 아닌 놀이로 아이들에게 접근해 '색칠놀이', '색깔 맞추기' 등을 하며 차츰 흥미를 갖도록 했다. 정 씨는 "이제는 아이들이 1시간씩 수업을 듣는다"며 "소극적인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밝아졌고,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 친구도 있다"고 소개했다.

딸 우시연(6) 양을 데리러 온 엄마 심보민(38) 씨는 "딸이 그림 솜씨가 있는 줄 여기 와서 알았다"며 웃었다. 그는 "올해 초 우연히 오게 됐는데 아이가 그림에 푹 빠졌다"며 "그림으로 상을 타오고, 오빠에게 그림을 그려주며 쾌활하게 표현하는 것이 전과 무척 달라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성광아트에선 보통 6, 7명이 수업을 한다. 디자인과 드로잉, 색감 등을 배우며 이론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중고생들도 이곳에서 색채수업을 듣는다.

정 씨는 "처음에는 현동면 아이들만 가르쳤는데 이웃 현서면과 안덕면 학생들까지 오면서 40명 정도가 수업을 듣는다"며 "미술에 입문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성과와 성장에 대해 큰 기대를 갖게 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우시연 양이 엄마 심보민 씨 품에 안겨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가리키고 있다. 우 양은 성광아트에서 실력을 쌓아 각종 미술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전종훈 기자
우시연 양이 엄마 심보민 씨 품에 안겨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가리키고 있다. 우 양은 성광아트에서 실력을 쌓아 각종 미술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전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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