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유 영업사원에서 전국구 학교급식 납품사 CEO 되기까지…
해썹 인증 고품질 반려견 간식 '식스펫'으로 시장 공략
대구 성서산단 입주기업 ㈜이가는 '치맥의 성지' 대구에 닭고기를 소재로 뿌리를 내린 식품 기업이다. 이 회사 학교급식 제품군은 전국적으로 대리점만 20여곳을 확보해 연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반려동물 간식도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 이재삼 대표를 만나봤다.
◆발효유 영업사원이 '닭고기 CEO' 된 사연
현재 닭고기를 주로 다루는 이재삼 대표와 식품업계의 인연은 사실 발효유에서부터 시작됐다. 20여년 전 발효유 회사 영업사원으로 취직한 직후부터 판매수완이 남달랐던 그는 다른 직원들이 목표의 80%도 힘겨워 할 때 120% 이상을 해냈다. 비결은 학교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그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성과도 크게 났다. 기존 회사에서 대리점주가 되는 직업경로가 있었지만 아예 학교 급식을 아이템으로 회사를 차리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유제품 업체에 '미래 소비자 확보'를 내세워 다른 대리점보다 싼 가격에 유제품을 대량으로 받아 학교에 납품했다. 학교와 신뢰가 쌓이면서 유제품에서 다른 음료까지 발을 넓혀 단체급식 시장까지 진출했고 히트상품도 나왔다.
그는 "당시 시중에 가장 작은 능금주스가 180㎖용량이었는데 저학년에 맞춰 160㎖로 줄였더니 월 60만개까지 팔리는 '대박'이 났다"고 했다.
차츰 제조까지 도전할 마음이 생겼다. 제조사가 이 대표의 아이디어로 기획한 제품을 독점 공급해주긴커녕 자회사나 대리점을 만들어 경쟁상대가 되는 걸 보면서 결심이 섰다.
학교 급식용 닭고기 시장에 주목한 그는 마침내 2008년 친환경 양계 및 도계업으로 사업인생 2막을 올렸다. 학교에 질 좋은 닭고기를 납품했지만 시련이 곧 뒤따랐다. '규모의 경제'를 내세운 대기업이 가격을 낮추기 시작하자 이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맛을 더하자'였다. 치킨 프랜차이즈가 대리점에 각종 부재료까지 납품하듯, 학교 급식에서 요리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레시피와 여기에 필요한 소스 및 각종 부재료를 함께 납품하는 '일체형 요리' 전략을 펼친 것이다.
그는 "많게는 1천인분까지 만드는 단체급식 조리환경에서 맛을 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쓰는 비싼 대형 오븐까지 사서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을 반복하며 요리에 딱 맞는 파우더나 소스까지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국내 학교급식 최초 일체형 요리 브랜드 '마리요리' 수십종이 탄생한 사연이다. 그렇게 급식환경에 적합한 맛을 찾아 만든 '마리요리'는 약간의 수정을 거쳐 2015년 대구 치맥페스티벌 치킨 신메뉴 경연대회에서 농림부장관상(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전국의 영양사들에게 알려진 회사의 기둥이 됐다.

◆건강한 반려동물 간식 '식스펫' 출시
이가의 새로운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 간식을 신사업 분야로 삼아 2018년 관련 제조 공장을 별도로 세웠고, 기술 및 제품 디자인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식스펫'이란 브랜드로 본격 생산 및 판매에 나섰다.

식스펫은 대구에서 최초로 해썹 인증을 받아 생산하는 반려동물 간식이다. 이 대표는 "전국적으로도 해썹 인증까지 받아 펫푸드를 만드는 곳은 흔치 않다.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료도 남다르다. 사료용 원료가 아닌 사람의 먹을 수 있는 '휴먼그레이드' 등급의 원료를 사용한다. 국내산 친환경 무항생제 닭가슴살이다.
닭가슴살, 오리안심, 오리목뼈 등 '건조시리즈' 제품부터 닭가슴살에 블루베리나 당근 등을 첨가해 반려동물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촉촉시리즈', 시금치나 단호박 등을 말린 '야채스틱 시리즈' 등 다양한 제품을 갖췄다.
특히 촉촉시리즈에는 많은 노하우가 담겼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반려동물 간식이 말린 형태로 딱딱한데, 촉촉시리즈는 30% 이상 수분을 머금어 향미가 좋고 노견들도 잘 먹는다. 수분이 많은 제품은 대부분 냉동 보관하는데, 우리 제품은 레토르트 공법 덕분에 6개월 이상 상온에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극복, 탄탄한 일터 만들 것
발효유에서부터 양계, 급식메뉴, 반려동물 간식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온 이 대표의 경영은 코로나 사태에서 빛을 발했다.
올 상반기 전국적으로 등교가 제한되며 학교 급식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마리요리 브랜드로 급부상한 가정간편식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고 식스펫 매출도 성장세가 완연해서다.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유대가 깊은 것도 회사의 성장 동력이다.
이 대표는 "회사에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대부분일 정도로 근속연수가 길고 자진 퇴사자도 드물다. 덕분에 직원들의 책임감이 투철하고 업무 역량도 탄탄해 서로 믿고 일한다. 인적 구성이 회사의 최고 자산"이라며 "최근 2년 인건비도 많이 올라 부담이 컸지만 내보낸 직원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다만 학생수 감소에 따라 내리막이 예상되는 학교급식 시장에 대응하는 게 과제다.
이 대표는 "단체급식에서는 최대한 외형을 유지하고 펫푸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 향후 펫푸드 분야에서도 급식분야 정도의 매출을 달성해 직원들이 맘 놓고 오래 일할 수 있는 탄탄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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